간단한 보고서: 비평과 그 위기

정윤

처음에는 간단한 보고서를 생각했습니다. 독자들과 문학비평의 거리가 얼마나 먼지, 혹은 가까운지 보여줄 수 있는 몇 가지 간단한 숫자(예를 들면 비평지의 판매량이나 종수의 변화라든지, 출판시장에서 차지하는 비중이라든지)를 제시할 생각이었습니다. 가능하다면 국내와 해외를 비교하고, 담백한 사실만 담은 글을 내놓자 계획했습니다.

하지만 한 달여간 탐색한 결과, 비평의 위치를 설득력 있는 수치로 확인할 자료는 찾기 상당히 어렵다는 사실을 발견했습니다. 한편으로는 좀더 전문성 있는 탐구가 필요하다는 의미이지만, 비평이나 비평연구가 대중이나 출판시장에 그다지 주목하지 않은 채 고독하게 나아가고 있다는 사실을 반증하는 듯합니다.

독자의 관심, 혹은 독자를 향한 관심과는 별개로, 비평 위기론은 오래된 주제입니다. 비평가를 비롯한 비평계는 위기를 이미 10년도 넘게 이야기해 왔습니다. 예를 들어 2005년 『작가와 비평』 3권이 소개한 “비평의 위기와 문학주의”, 2007년 『오늘의 문예비평』 통권 67호에 실린 도정일의 “비평의 위기와 비평의 활력”등은 비평 위기를 이야기하며 자주 재인용되는 글들입니다.11 그 외에도 2013년 비평 동인지 〈크리티카〉 6호는 ‘비평이란 무엇인가’를 중심으로 비평의 여러 측면을 조명했고, 2016년 계간 〈문학동네〉가 ‘지금, 비평이란 무엇인가’라는 주제를 내세워 변화 필요성을 강조했습니다. 위기를 경계한 각 글이 원인을 무엇이라 지목하든(폐쇄적 문단, 신비평의 실패, 문학주의 문제 등등), 위기에 따른 주요 현상 중 하나가 독자의 무관심이라는 점은 부정할 수 없습니다.

『노블레스』 2018년 7월호는 (문예지도 아니지만) 좀더 적나라한 위기의식을 그려냈습니다.2http://www.noblesse.com/home/news/magazine/detail.php?no=7395 (2019년 5월 접속) “요새 누가 평론을 읽겠어?”라는 평론가들의 자조 섞인 반문과 함께, 글은 “현재 평론은 평론가나 평론가 지망생, 인텔리만 읽는다”고 지적합니다.33 2017년에 『현대문학』이 평론 부문 신인상 당선자를 배출하지 못했고, 『창작과 비평』과 『문학동네』도 2년간 당선자가 없었다는 사실을 보면, 예비 평론가 층도 위태로운 것 아닌지 의심하게 합니다. 글 쓰는 이들 사이에서 위기를 체감한다면 현상의 윤곽을 가시화할 데이터가 없다는 사실이 한층 더 아쉽습니다.

2018년 『창작과비평』 봄호에서 장은정은 “설계-비평”에서 비평가들이 목소리를 낼 지면이 줄어들고 독자들이 상실된 현 상황을 짚습니다. 두 현상, 즉 지면 축소와 독자 이탈은 동시에 진행됩니다. 원인과 결과를 따지기는 어렵습니다. 하지만 그렇다면 돌파구는 어디 있을까요?

1990년대 급격한 확장을 경험했지만 점차 고난의 길을 걷고 있는 영화비평계는 점차 ‘대중비평’에 관심을 기울이고 있습니다. 심영섭 영화평론가는 전문가들을 대상으로 한 ‘전문비평’과 구분된 개념으로서 대중을 가르치기 위한 글이었던 ‘대중비평’이 점차 ‘대중이 주체인 비평’으로 변하고 있다고 지적합니다.4부산국제영화제 영화비평 세미나, 주제발표 3. http://www.fca.kr/ab-1068-4 (2019년 5월 접속). 매체의 발달로 정보가 많아지며 전문가, 즉 비평가의 권력이 약화되는 상황을 받아들이고, 대중비평의 시대에 전문평론가가 맡아야 할 역할을 개발해야 한다는 것입니다. 영화 〈디 워〉 개봉 당시 영화에 비판적인 평론가들을 향해 쏟아진 네티즌의 공격, 흔히 〈디 워〉 사태를 겪은 후, 영화비평계는 비평적 시선과 대중을 연결하는 일이 이전보다 더욱 고민스럽습니다.

관객이 증가하는 영화계로서도 비평이 고민이라면, 만년 독자 이탈을 우려하는 문학계는 더욱 고민이 깊습니다. 독자들이 점차 비평을 읽지 않는 상황에서 비평의 위기를 강조하거나 부정하는 일은 무의미할 듯합니다. 출판계의 어려움을 이야기할 때 대중을 향해 ‘당신들이 책을 읽어야 한다’며 가르치려 했듯이, 비평도 독자들이 따라오지 못한다고 고개를 저어야 할까요? 아니면 장르소설이 주목받고 새로운 매체가 웹소설 등 거대한 흐름을 만드는 오늘날, 텍스트 소비가 유례없이 증가한 현재에 맞게 변화를 일으켜야 할까요?

아직 답은 없지만, 다행히 많은 이들이 고민하며 길을 모색하고 있는 듯합니다. 글을 더 깊게, 풍부하게 읽도록 도와온 비평의 역사를 되새기며, 독자들의 마음을 사로잡는 비평계를 기대해 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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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그 외에도 2013년 비평 동인지 〈크리티카〉 6호는 ‘비평이란 무엇인가’를 중심으로 비평의 여러 측면을 조명했고, 2016년 계간 〈문학동네〉가 ‘지금, 비평이란 무엇인가’라는 주제를 내세워 변화 필요성을 강조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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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3 2017년에 『현대문학』이 평론 부문 신인상 당선자를 배출하지 못했고, 『창작과 비평』과 『문학동네』도 2년간 당선자가 없었다는 사실을 보면, 예비 평론가 층도 위태로운 것 아닌지 의심하게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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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부산국제영화제 영화비평 세미나, 주제발표 3. http://www.fca.kr/ab-1068-4 (2019년 5월 접속).