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의 이면 2: 공감을 주고받는다는 것

정민교 edited by 김윤우

‘출판인의 우울’에 대해서라면 한도 끝도 없이 얘기할 수 있을 것 같은데, ‘출판인의 기쁨’이란 뭘까…… 고민이 컸다. 서울출판예비학교 편집자반에 들어간 것이 2016년으로 지금으로부터 4년 전이었다. 6개월 과정을 마치고 졸업을 앞둔 시점에도 내가 편집자가 될 수 있을까 불안했다. 내게 편집자라는 직업은 다른 직종에 비해 특별한(?) 무엇이었다. 지적이고 예술적인 허영이 없었다면 거짓말이다. 정장 입고 출퇴근하는 회사생활을 할 자신도 없었지만, 무엇보다 문학을 좋아하는 열망이 강했다. 운 좋게 중소 규모 이상은 되는 출판사의 문학팀에서 편집자 일을 시작할 수 있었다.

그 1년은 고난의 연속이었다. 출판예비학교에서 배운 지식은 아무것도 아니었다. 내 실무 능력이 얼마나 형편없는지 깨닫는 나날이었다. 자신이 무얼 하는지도 모른 채 일하는 형국이랄까? 신입·경력 할 것 없이 기획을 북돋는 회사의 분위기는 숨이 막혔다.

역설적이게도 그 숨막힘이 절박함을 낳았고, 딱 1년 차가 되던 해에 나는 첫 기획을 할 수 있었다. 페미니즘 소설 앤솔러지였다. 처음으로 내 안의 깊은 곳에서 우러난 마음으로 기획서를 썼고, 간부진에게 통과받았으며, 좋아하는 작가에게 청탁해 하나둘 OK 답변을 받았다.

마침내 『현남 오빠에게』라는 제목으로 출간된 책을 받아들었을 때, 편집자로서의 첫 기쁨을 느꼈던 것 같다. 페미니즘 물결의 선두에서 많은 독자에게 뜨거운 공감을 일으켰던 『82년생 김지영』과 맞물려 『현남 오빠에게』 역시 앤솔러지로는 이례적으로 큰 사랑을 받았다. 내가 가는 길이 틀린 길은 아니라고 알려준 시간이었다.

그 책을 만든 경험과 이력 덕분에(?) 지금의 회사로 이직할 수 있었고, 나는 어느새 대리라는 직급을 달았다. 하지만 솔직히 말하면 4년 차가 된 지금 나는 전에 없이 심하게 슬럼프를 겪고 있다. 내가 맡은 청소년문학이라는 분야에 대한 고민, 편집자로서 나의 미래, 새롭게 직면하는 일들의 어려움…… 등등. 힘이 들 때면 그 책을 받아들었던 당시를 떠올린다. 그러고는 깨닫는다. 그때 내가 진정 기뻤던 것은 책의 판매량 같은 게 아니라 출간을 축하해준 동료 선후배, 뜻을 모아준 작가들, 그리고 독자들과 거대한 공감을 주고받은 시간의 애틋함 때문이었다는 걸.

요즘의 나를 지탱하는 것 역시 친구들과 동료 선후배들, 함께 고생하는 유관부서와 점심시간에 나누는 시답지 않지만 즐거운 수다, 기분의 환기이다. 진심으로, 그것이 없다면 나아갈 수 없다. ‘출판인’만 나눌 수 있는 어떤 공감의 자장 속에 있는 것. 좋은 사람들 곁에 있는 것. 그게 나의 기쁨 같다. 서로 주고받는 공감이 무한히 확장되어 앞으로 내가 편집하는 책에 영향을 미치고, 독자에게도 가닿았으면 좋겠다.

정민교 | 2016년 11월, 편집자 일을 시작했다. 3년차인지 4년차인지 애매한…… 그런 연차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