출판노동간기

김윤우

출판, 노동, 목소리: 지금껏 보이지 않았던 11인의 출판노동 이야기

고아영·김신식·양현범·이수정·이용석·장미경·정우진·정유민·진영수·최진규·황현주 지음
숨쉬는책공장 ︱ 130*194mm ︱ 260쪽 ︱ 15,000원 ︱ 2015년 7월 22일 발행 ︱ 979-11-86452-04-2 (04300)

보이지 않는 일, 보기로 마음먹는 일

『출판, 노동, 목소리』에서는 디자인, 영업, 편집 세 분야의 노동자 열한 명이 각자의 노동과 삶에 대해 풀어 나간다. 출판 산업은 영화 산업을 비롯한 여러 문화 산업과 함께, 노동자들의 ‘열정 노동’으로 움직이고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출판노동자들은 자신들이 좋아하는 일을 하고 있으며 여타의 상품과는 다른 소위 문화 상품이라는 책을 만들고 있으므로 근무 시간이나 급여, 휴가 등에 대해 이야기하고 개선해 나가기보다 사명감으로 인내하도록 강요 아닌 강요를 받는 경우가 많다. 때로는 관련 이야기를 꺼내면 조직의 물을 흐리는 사람으로 취급받기 십상이다. 그러다 보니, 출판계는 스스로를 제외한 모든 노동을 이야기하지만, 스스로의 노동에는 입을 다물게 되었다. 그것이 『출판, 노동, 목소리』가 기획되고 출판되어야 했던 이유다.

앞쪽에는 열한 명의 출판노동자가 직접 이야기하는 일과 삶에 대한 글을, 뒤쪽에는 전국언론노동조합 출판노조협의회가 진행한 「2015 출판노동 실태조사 보고서」를 실었다. 열한 명의 출판노동자가 이야기하는 출판노동과 함께, 출판노동의 다양하고 객관적인 실태를 좀 더 알리기 위해서다. 출판노동을 고민하는 이들의 인식은 이 한계 바깥에 이제 막 닿아 있다고 볼 수 있을 것이다. 이야기되지 않던 것들을 이야기하는 단계이다 보니 아직 정리되지 않은 문제가 적지 않다. 이제 각자가 가진 생각을 꺼내 이야기하고 정리해야 할 차례다. 이 출판노동자 열한 명의 목소리가, 그 시작이 되길 바란다.

B컷: 북디자이너의 세번째 서랍

김태형·김형균·박진범·송윤형·엄혜리·이경란·정은경 지음
달 ︱ 152*210mm ︱ 416쪽 ︱ 33,000원 ︱ 2015년4월28일 발행 ︱ 979-11-5816-003-6 (03600)

북디자이너 7인의 서랍 속에 잠자고 있던 B컷들의 외출

북커버는 독자와 책이 처음 만나는 첫인상과도 같다. 서점에 쏟아져나오는 많은 책 가운데서 돋보여야 하는 것은 물론, 네모난 한 뼘 공간 위에 책이 품고 있는 내용을 매력적이면서도 집약적인 시각적 요소로 보여줄 수 있도록 작업하는 북디자이너의 역할은 그만큼 중요하다.

이 책은 현재 현역에서 활발하게 활동하며 업계를 이끌어가는 차세대 북디자이너들의 작업을, 특히 B컷을 중심으로 다룬다. B컷은 아쉽게 책의 최종 표지로 채택되지는 못했지만 디자이너 스스로 마음속 서랍에 고이 간직해 두었던 또다른 제2, 제3의 표지를 말한다. 여러 이유로 세상의 빛을 보지 못했던 B컷 시안을 이미 출간된 A컷과 함께 비교해볼 수 있어 특별한 재미를 준다.

북디자이너의 작품과 함께 실린, 북디자이너 7인의 질문과 솔직한 답변은 각 북디자이너의 철학을 면밀히 담는다. 여타의 그래픽디자인 부문과는 엄연히 다른, 책이라는 물성을 지닌 북디자인의 고유 영역과 프로세스, 그리고 더 나아가 개선되어야 할 업계의 문제점과 현실적인 한계까지도 아프게 꼬집는다. 이는 깊은 애정을 동반한, 자신의 일에 대한 열정과도 같다. 북디자이너를 넘어 출판업 종사자 모두와 함께 개선해 나가고자 하는 희망의 목소리다.

책갈피의 기분: 책 만들고 글 쓰는 일의 피 땀 눈물에 관하여

김먼지 지음
제철소 ︱ 120*180mm ︱ 248쪽 ︱ 14,000원 ︱ 2019년 4월 29일 발행 ︱ 979-11-88343-21-8 (03810)

어쩌다 편집자 같은 걸 8년이나 하고 있을까

“나는 믿는다. ‘오타 자연발생설’을. 오타는 어디선가 저절로 생기는 게 틀림없다. 활자 틈바구니를 뚫고 스스로 돋아나는 거다. 그렇지 않고서야 컴퓨터로 한 번 본 원고를 종이로 뽑아서 1교, 2교, 3교를 보고 크로스교도 모자라 화면교까지 봤는데 왜 오타가 있겠는가. 정말 말도 안 되는 일이다. 혹시 내가 까칠하게 굴어서 인쇄소 기장님이 몰래 집어넣는 걸까.”

12구짜리 멀티탭 수준으로 일하는 어느 8년 차 출판편집자의 본격 하소연 에세이. 지난해 독립출판물로 소개되어 많은 이의 공감을 샀다. 독자들의 사랑에 힘입어 이번에 새롭게 펴낸 『책갈피의 기분』에서는 ‘독립출판’이라는 특별한 경험과 그것이 가져다 준 작은 변화들까지 모두 담아냈다.

책장을 열면 “연봉을 13으로 나눈 쥐꼬리를 월급으로 받고, 유명 인사가 작고하면 삼가 고인의 명복을 빌 새도 없이 한 달 만에 관련 도서 5종을 뚝딱 찍어내고, 핫식스와 레드불과 스누피 커피우유 가운데 어느 게 가장 각성 효과가 큰지 꿰고 있는 편집자의 삶”이 파노라마처럼 펼쳐진다. 책과 책 사이에 끼어 너덜너덜 납작해진 책갈피의 일상을 따라가다 보면 “지옥철에 끼이고, 액셀 시트에 끼이고, 무능한 상사와 가진 건 열정뿐인 신입사원 사이에 끼인 우리 납작이들”에게 전하는 작은 위안과 응원의 메시지를 발견하게 된다. 그리고 모니터 앞에서 분연히 일으켜 세워 다른 갈피에 접어 두었던 삶을 꿈꾸게 해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