출판사 입사는 출판사 입사를 지망하는 이들에게 유난히 어렵다

지다율

펺집자 주

출판사 입사는 어려운가? 출판사 입사를 지망하는 이들은 대체로 그렇다고 말한다. 이유야 여러 가지겠지만, 요약하자면 이렇다. 출판계는 좁고, 열악하고, 폐쇄적이다. 그 말은 동시에 이런 말이다. 출판사는 정말 작고, 정말 열악하고, 정말 폐쇄적이다(마트료시카?).

그렇다면 출판사 입사는 유난히 어려운가? 이 질문에 공정하게 답하려면 출판사 입사 지망생은 다른 모든 업계에 진입하려고 시도해 봤어야 한다. 불가능하다. 혹은 적어도 하나의 다른 업계에 대해 어느 정도 이해도가 있어야 출판계와 비교할 수 있다. 가능하다.

충분히 가능한데도, 그동안 만난 편집자 지망생과 디자이너 지망생 들은 대개 그러질 않았다(마케터 지망생들의 이야기는 사실 들을 기회가 없었다. 그러니 제발 연락 주시길 바란다). 그들 대부분은 책을 너무 사랑하기 때문이다(물성?). 사랑하는 그 책을 하필이면 또 자신이 직접 만들고 싶고(덕업일치?), 또 그래야만 한다고 생각하기 때문이다(숭고한 소명?).

결론적으로, 출판사 입사는 출판사 입사를 지망하는 이들에게 유난히 어렵다. 그들이 어렵다면 어려운 거다. 힘들다면, 힘든 거다. 당사자 아닌 자가 여기에 말을 보태서는 곤란하다. 그런 말은, 대부분 결례다.

출판사 입사를 준비하는 사람들의 모임에 주목한 건 그래서였다. 출판사 입사를 준비하는 이들이 덜 힘들고 덜 어렵기를 바라지만, 나는 함부로 말할 수 없는 처지다(지금도 결례를 범할까 두렵다). 직접 준비하는 사람들의 이야기가 직접 준비하는 사람들에게 더 큰 힘과 도움이 될 것이라 보았다.

북클럽 ‘다다다’는 모인 지 2년이 지났다. 편집자 지망생들의 모임으로 시작했으나, 시간이 지나고 다들 편집자(혹은 다른 무언가)가 되면서 독서모임으로 성격이 바뀌었다. 그리고 2020년, 새로운 재출발을 기획 중이다(2020년 1월 기준). 이들의 궤적이 물론 정답은 아니겠지만, 출판사 입사를 준비하는 독자라면 참고해 보심 직하다.

‘다다다’ 구성원들께서는 갑작스러운 요청에도 성실히 응해 주셨을 뿐 아니라 내밀한 자기소개서까지 공유해 주셨다. 이 자리를 빌려 감사드린다. 또한 자기계발과 각자도생이 최고의 덕목인 세상 어디선가 조금은 다른 미래를 함께 도모하는 이들에게도 감사드린다. 이들 모두에게 건강과 평안이 깃들기를. 응원한다.

북클럽 ‘다다다’에서 비롯된 문답들
‘다다다’는 언제 어떻게 결성되었나요?

2017년 12월, 한겨레출판편집학교 51기의 수강생 중 편집자로 취직을 희망하는 7명이 모임을 시작했습니다. 12월 12일 신촌 투썸플레이스에서 모임의 구체적인 진행 방식을 의논했고, 12월 23일에 정식으로 첫 모임을 가졌습니다.

‘다다다’는 어떤 컨셉으로 운영되었으며 어떤 궤적을 그려 왔나요?

처음에는 독서모임을 기본으로 하되, 해당 책을 편집자의 관점에서 보는 연습을 하는 스터디의 성격도 있었어요. 취업 정보를 공유하는 성격도 있었고요. 취업 후에도 계속 관계를 유지하면서 편집자로서 출판계에서 일하는 데 서로 도움이 되자는 생각도 있었습니다.

이런 생각들로 2주 내지 3주에 한 번씩 모임을 가지면서 2년 동안 모임을 진행해 왔지만 어떤 컨셉이 확실히 있진 않았던 것 같아요. 고정된 진행 방식도 없었고, 책 선정에 있어 일관된 어떤 테마도 없었죠. 편집자로 취업하기 위한 체계적인(?) 스터디를 한 것도 아니었어요. 그게 장점이자 단점인 것도 같네요.

함께 읽을 책을 선정할 때도 매번 각자의 추천과 투표를 받았고, 그래서 어떤 일관성 없이 다양한 분야와 주제의 책을 두루 읽어온 것 같습니다. 다만, 일관성이라고 한다면, 편집자의 관점에서 책을 보려고 한다는 것 정도가 있겠네요. 편집자 교육을 받았으니 그에 기반하여 책의 편집에 관한 얘기를 나눌 수 있었죠. 배운 것에 대해 계속 환기하면서 편집의 관점에서 책을 바라보는 데 익숙해지는 연습은 되었던 것 같아요.

처음엔 읽은 책의 보도자료를 써 보자, 한 줄 카피를 써 보자 하는 등의 얘기도 나왔던 것 같은데, 어느새 자연스레 책을 읽고 얘기를 나누는 것 정도로 모임 성격은 굳어졌던 것 같아요. 모임이 거의 2년에 걸쳐 진행되다 보니 구성원의 변화는 많았습니다. 일찍이 편집자로 취직하는 데에 성공한 사람들과 입사와 퇴사를 모두 경험해 본 사람, 출판사는 아니지만 비슷한 미디어 직군으로 취직하는 사람이 생기면서 ‘스터디’라는 방향성이 많이 흔들렸어요. 모두 같은 일을 하는 것도 아니고 상황도 다 다르다 보니 스터디라기보다는 정말 독서 모임에 가까워졌습니다. 그럼에도 아직까지 책을 두고 편집자의 시선에서 볼 수 있는 것들을 얘기하는 건 변함없는 거 같아요.

모임 ‘다다다’가 지속되면서 겪은 결정적 순간 또는 터닝포인트는 언제였나요?

하나의 답변: 터닝포인트라면 아마 구성원들이 모두 ‘직업’을 가지게 된 2019년이 아닐까 싶네요. 더 이상 모두가 ‘편집자 지망생’이 아닌 ‘편집자(혹은 다른 무언가)’가 되었기에 본래의 목적은 어느 정도 달성된 거니까요. 오히려 모두가 편집자가 되어서 좋았던 부분도 있었어요. 서로 연차가 다른 편집자들의 모임이 되니까 편집자로 일하며 생긴 고민도 나누고, 일하면서 궁금한 점도 자유롭게 얘기하고 답해 주며 같이 성장한다는 느낌이 있었어요. 이제는 다시 저 같은 취준생들이 생기면서 또 성격이 변한 것 같지만 여전히 편집자로 일했던 경험, 혹은 그 비슷한 일을 해본 경험이 생겨서 편집자들의 독서 모임 같은 느낌은 남아 있는 것 같습니다.

또 하나의 답변: 이번에 해가 바뀌면 새로운 시도를 해보려고 하니까 곧 터닝포인트가 오겠네요. 독서모임의 성격이 강해지면서 매번 같은 멤버들끼리 만나 읽을 책을 정하고, 만나고, 얘기하는 패턴의 반복이 저 자신에겐 조금은 진부하게 느껴졌어요. 그래서 연말이 다가오는 지금 시점에서 이제까지 진행한 모임을 정리하고 새로운 기획으로 모임을 재출발시켜 보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모임 ‘다다다’는 앞으로 어떻게 운영될 계획인가요?

‘다다다’는 올해(2019년) 연말에 1기를 마무리 짓고 2020년에 2기로 새 출발을 할 거예요. 지금까지의 모임 진행 방식과는 달라질 거고, 모임의 지향점도 다시 잡을 것 같아요. 여력이 된다면 독서모임에서 그치지 않고 어떤 결과물을 낼 수 있는 다른 활동도 할 수 있으면 좋겠어요. 아직 구체적으로 정한 건 없지만요.

그리고 새로운 멤버들을 받고 싶어요. 지금까지는 한겨레출판편집학교를 통해 생긴 인연을 중심으로 모임이 꾸려졌고, 새로운 멤버도 출판계에 종사하는 사람으로 2명을 더 받았어요. 하지만 이젠 어떤 제한 없이 새로운 사람들과 만나서 모임을 가져 보고 싶어요. 그래서 외부와의 소통 창구를 위해 인스타도 만들었구요.

멤버를 받으려면 저희 모임이 어떤 모임인지 사람들에게 알려야 하는데, 그 부분에 대한 고민이 많아요. ‘다다다’는 어떤 모임이었고, 어떤 모임으로 계속되고 싶은지. 딱 고정해 두지 않더라도 큰 방향성은 잡고 싶어요.

저희 모임이 차별화될 수 있는 지점은 결국 ‘편집자의 관점’으로 책을 본다는 것에 있을 것 같아요. 그렇다고 ‘편집자의 관점’이 대단한 건 아니고, 책을 ‘읽기’만 하는 게 아니라 ‘책’ 자체를 바라본다는 데 중점을 둘 수 있느냐의 차이가 아닐까 싶네요. 모두가 편집자 지망생은 아니지만, 편집자로 일하는 멤버가 3명이고(더 늘어날 수도 있겠죠), 어쨌든 편집에 대한 기본적인 것들은 배운 사람들이니까 나눌 수 있는 얘기가 있는 것 같아요. 표1부터 표4까지 구분해 뜯어 보고, 판권면을 유심히 보고, 교정교열과 번역의 수준을 (나름) 가늠해 보고, 디자인에 대해 논해 보고, 출판사에 대해 알아보는 등의 이야기를 나누는 게 여타 독서모임에서 흔하진 않겠죠.

다른 지망생 모임에 대해, 위 질문들을 포함하여 공유하실 만한 내용을 아신다면 공유 부탁드려요.

다른 지망생 모임은 잘 모르겠네요. 자세히 아는 건 아니지만 저희 모임처럼 SBI나 한겨레문화센터의 출판교육을 같이 수강한 학생들끼리 네트워크가 만들어지고 그게 지속되는 걸 건너 들은 적은 몇 번 있어요. 그 모임들이 무엇을 어떻게 하는지는 듣지 못했네요. 직장에서 만나는 다른 신입 편집자들도 대부분 SBI 혹은 한겨레 수강생으로 나뉘구요. 그 이외의 루트를 사실상 찾기 어려운 거 같아요. 상대적으로 비싼 등록금을 감수하고 한겨레를 찾아가는 것도 결국 편집자가 되고 싶은데 구체적인 방법을 몰라서인 거 같아요. 더군다나 출판사들이 신입을 잘 뽑지도 않으니까요.

SBI 교육은 겪어 보지 못해서 뭐라 말할 순 없지만 한겨레출판편집학교는 실무에 도움이 많이 되는 교육은 아닌 거 같아요. 교육을 듣고 나면 무언가 알게 되긴 하는데 실무에 들어가면 결국 큰 도움은 안 되더라구요. 무슨 일이든 안 그렇겠냐만 결국 일하면서 배워 가는 게 맞는 거 같아요. 그럼에도 한겨레든 SBI든 출판편집 교육과정이 주는 가장 큰 혜택은 외로운 ‘취준’의 시간에 같은 목표와 의지를 가진 누군가를 만날 수 있다는 것 아닐까 싶네요. 적어도 저는 그랬어요.

이 밖에 재밌는 문답이나 제안이 있다면 무엇이든 감사합니다.

독서모임 ‘다다다’의 신규 멤버를 모집합니다. 저희는 2주 혹은 3주에 한 번씩 한 권의 책을 읽고 만나 이야기를 나누는 독서모임이구요. 주로 서울시 내에서 모임을 가지고 있습니다. 분야와 주제를 가리지 않고 다양한 책을 읽어 보고 싶거나 책의 출판, 편집에 관해 조금이라도 관심이 있는 분들이 잘 맞을 것 같습니다. 그렇다고 출판계에 종사하는 분들로만 멤버를 받지는 않구요(현재도 출판계 종사자가 반, 비종사자가 반 정도 됩니다). 모임 참여에는 직업, 연령, 성별, 인종… 그 어떤 제한도 두지 않습니다(책만 읽어 오시면 돼요). 정기적으로 참석하기 힘드신 분들이나 간 볼 겸 한번 참여해 보고 싶으신 분들도 언제든 다녀가셔도 됩니다. 관심 있으신 분들은 인스타 @dadada_bookclub으로 디엠 주세요.

A의 자소서

제가 출판편집자가 되기로 결심하기까지 다음 두 가지 사항을 고려했습니다. ① 무엇을 해야 사회에 기여할 수 있는가? ② 나의 이상을 실현하려면 어떻게 해야 하는가? 저는 이 두 가지 사항을 어느 정도 충족할 수 있는 직업이 바로 출판편집자라고 판단했습니다.

① 무엇을 해야 사회에 기여할 수 있는가? 우선 ‘사회기여’란 무엇일까요? 저는 이 질문에 스스로 답하면서 아버지의 말씀을 참고했습니다. “항상 감사하며 살아라.” 저는 이 말에서 아이디어를 얻어 사회기여를 정의했습니다. 사회기여란 자신이 감사하는 다른 누군가의 어떤 행동을 스스로 나서서 하는 것입니다. 이를테면 저는 거리를 깨끗하게 청소하시는 환경미화원 분들께 고마움을 느낍니다. 그렇다면 사회기여란 그 마음을 바탕으로 제가 직접 주변 쓰레기를 줍고 청소하는 것입니다.

제가 또 고마움을 느낀 일이 바로 책을 만드는 것입니다. 군대에 들어가기 1년 전인 2013년, 저는 휴학을 하고 화도하수처리장에서 단기 근로를 하며 제 진로에 관해 고민했습니다. 그 당시 저는 소설 『고양이 이야기 白』을 읽었는데, 소설의 내용과 그 안에 담긴 기발한 아이디어에 감동을 받았습니다. 그러한 감격에서 더 나아가, 이 한 권의 책이 저에게 오기까지 그 과정에서 노력했을 모든 사람에게 고마움을 느꼈습니다. 저자와 옮긴이, 편집자와 마케터, 인쇄업자와 서점 직원 등. 저는 어떤 한 권의 책이 저자에게서 독자에게까지 이어지는 데 기여하는 일이야말로 제가 하고자 하는 사회기여임을 깨달았습니다. 저는 이때부터 제 진로를 구체화하기 시작했습니다.

② 나의 이상을 실현하려면 어떻게 해야 하는가? 책이 만들어져 독자에게까지 전해지는 데 기여한다고 해도, 선택할 수 있는 직업은 다양합니다. 그중에서 무엇을 해야 할까? 우선 저는 제가 직접 저자가 되고자 하는 마음은 없었습니다. 제 성향상 책에서 겉으로 도드라지는 사람인 저자보다는 그러한 저자를 보이지 않게 잠잠히 지원해 주는 사람이 되고 싶었습니다. 한편 제 이상(理想)은 모든 사람이 자신만의 책을 세상에 내놓는 것입니다. 사람들에게는 모두 각자의 이야기가 존재합니다. 따라서 저는 세상 모든 사람을 일종의 잠재적 저자군으로 생각합니다. 제 이상을 실현하기 위해, 저는 사람들이 어엿한 저자로 성장하도록 교육하고 혹시 미처 발견하지 못한 좋은 저자가 있다면 발굴해 내는 일을 하고자 합니다. 제가 한겨레 출판편집학교에서 배운 바에 따르면 이는 바로 출판편집자의 일입니다. 따라서 저는 출판편집자가 되고자 합니다.

B의 자소서
길을 만드는 편집자가 되고 싶습니다

저는 현대사회가 가진 문제들의 대부분의 원인이 ‘다름’에 대한 오해에서라고 생각합니다. 책은 이러한 오해를 이해로 바꿀 수 있는 가장 좋은 통로라고 생각합니다. 무엇보다 저 스스로가 책을 통해 오해를 이해로 바꾸며 성장해 왔고 이 성장은 때론 불편하기도 했지만 결국 즐거움을 주었습니다. 앞으로도 이 성장의 즐거움을 이어 나가고 싶고, 또한 이 즐거움을 다른 사람들에게도 전달하고 공유하고 싶습니다. 그래서 저는 좋은 책을 만드는 편집자를 꿈꾸게 되었습니다. 책을 읽는 독자들에게 다른 세상으로 통하는 좋은 길잡이가 될 수 있는 책을 만들고 싶습니다. 그리고 저 또한 좋은 책을 만들면서 끊임없이 공부하고 성장하는 편집자가 되고 싶습니다.

제가 편집자의 꿈을 꾸게 된 계기는 부산에 살 때 다양한 독서모임과 나눔 캠페인 활동을 하는 ‘문화공간 두잇’(이하 ‘두잇’)이라는 곳을 알게 되어 그곳에 꾸준히 나가게 된 것입니다. 그곳에서 책을 아끼고 사랑하는 사람들을 많이 만나게 되었고, 무엇보다 ‘두잇’을 혼자서 운영하고 계시는 사장님이 책에 대한 애정을 기반으로 다양한 활동을 하시는 것을 보고 많은 감명을 받게 되었습니다. 이처럼 ‘두잇’에서 만난 사람들을 보면서 저도 책과 연관된 활동을 하고 사람들과 이를 나누는 일을 하고 싶다는 생각을 처음 하게 되었습니다. 그 이후로 대학교에 복학하면서 직업에 대한 구체적인 고민을 하게 되었고, 저자와 함께 책을 만들고 독자와 함께 책을 나누는 출판편집자가 되면 즐겁게 오래 일할 수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한번은 ‘두잇’의 문집을 제작하는 모임에 참여하게 되었습니다. 제작회의를 하면서 문집의 이름을 정하기 위해 ‘두잇’의 성격과 활동의 의의에 대해 대화를 나누었습니다. 저는 각양각색의 사람들이 ‘책’이라는 공통의 관심을 매개로 모이고 만나는 곳이라는 의미를 담아서 ‘모두를 잇다’라고 제목을 짓는 게 어떻겠냐고 아이디어를 냈습니다. ‘모두를 잇다’를 줄여서 ‘두잇’으로 만들 수도 있으니 좋을 것 같다고 말했고 그 아이디어가 채택되었습니다. 비록 그때의 문집 제작 기획은 끝까지 가지 못하고 무산되긴 했지만 제가 떠올린 ‘모두를 잇다’라는 문장은 여전히 ‘책’을 생각하는 저의 마음속에 남아 있습니다. 그래서 저는 책을 읽은 사람들이 모여 이야기를 나눌 수 있는, 즉 사람들을 이어 주는 길 같은 책을 만들고 싶습니다.

책을 보는 시선의 변화

한겨레출판학교에 다니면서 저에게 일어난 가장 큰 변화는 더 이상 책을 독서의 대상으로만 바라볼 수 없게 되었다는 것입니다. 평범한 독자였던 저에게 책은 어떤 지식이나 정보를 전달하거나 감상을 불러일으키는 독서경험의 대상으로만 다가왔습니다. 하지만 출판학교에서 책의 제작과정 전반과 책을 이루는 구성요소에 대해 배우고 실습과정을 거치면서 저는 제가 가진 기존의 책에 대한 시선이 해체되는 것을 느꼈습니다. 이미 완결된 결과물로 접했던 책을 이제는 형식적인 면에서 이리저리 쪼개어 볼 수 있게 되었고 본문에 쓰인 단어와 문장들이 과연 좋은 표현인지에 대해 고민하며 읽게 되었습니다. 말하자면, 책을 하나의 구조물로 인식하고 그것이 어떻게 조립되어 있는지를 볼 수 있게 되었습니다. 순수한 독자로서 책을 읽는 즐거움에만 집중할 수는 없게 되었지만 저는 새롭게 터득한 이 시선이 마음에 듭니다. 제가 좋아하는 책의 이면을 보게 된 것이 즐거웠고 그것을 제가 만들어 내고 다른 사람들에게 선보일 수 있는 일을 할 수 있게 되면 즐거울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그리고 출판학교의 책 제작 실습과정을 거치면서 조금이나마 그 즐거움을 간접적으로 경험할 수 있었고 편집자에 대한 꿈을 더욱 굳히게 되었습니다.

또한 실습과정에서 초벌 원고를 받고 나름의 편집원칙을 세우면서 이를 바탕으로 원고를 교정·교열하고 한/글 프로그램을 통해 조판을 하는 실습과정을 거치면서 편집자의 실제 업무에 대해서도 이해하고 파악하는 계기가 되었습니다. 7주간의 실습과정 동안 한/글 프로그램을 다루면서 편집에 필요한 기능들을 익혔고, 표지를 만들면서 인디자인 프로그램을 다루기도 했습니다. 이러한 프로그램 활용 능력은 신입 편집자로서 실무에 비교적 빨리 적응할 수 있는 바탕이 되리라고 생각합니다.

C의 자소서
책이 만든 사람

올해를 정리하면서 며칠 전 우연히 제가 올해 읽은 책을 세어 보니 3월부터 11월까지 82권이 되었습니다. 이 중에서 나는 무엇을 얻고 무엇을 깨달았나를 생각해 보니 너무 기계적인 독서만 해 온 것이 아닌가 싶었습니다. 소설, 에세이, 고전, 실용, 자기계발 등 다양한 분야의 책을 읽었는데 사실 제가 가장 좋아하고 즐겨 읽는 분야는 인문 분야입니다. 제가 미처 알지 못하는 세상을 짚어 주고 생각하게 만들어 저를 성장시키기 때문입니다.

올해 제가 읽은 인문서 중 가장 깊었던 책은 열화당에서 출간된 존 버거의 『다른 방식으로 보기』입니다. 『다른 방식으로 보기』는 기존의 미술을 보는 방식에 의문을 제기하는 책입니다. 이 책을 읽으며 일상에서 ‘보고 있다’고 생각한 세상의 이면을 깨닫게 되었습니다. 또한 일상에서 보이지 않지만 존재하는 권력이 무엇이 있을지 고민해 보았습니다.

이처럼 저는 책을 펼치며 제가 몰랐던 더 넓은 세상을 만나는 것을 기대합니다. 좋은 책을 만나 고정관념을 깨고 세상을 좀 더 유연하게 바라볼 수 있기를 바라며 책을 읽고 있습니다.

책으로 세상을 이롭게!

제가 만들고 싶은 책은 삶의 궤적을 변화시키는 책입니다. 다른 관점을 제시하여 읽는 이의 삶을 제고할 수 있는 책을 만들고 싶습니다. 제가 만든 책을 읽고 독자들이 새로운 사고방식을 마주하면서 ‘어떻게 살아갈 수 있는가’라고 고민해 볼 수 있으면 좋겠습니다. 이처럼 다양한 사고방식을 탐구하는 과정을 마련해 주는 책은 한 사람의 삶이 더 나은 방향으로 나아갈 수 있는 등불이 되어 준다고 생각합니다. 또한 제가 만든 책이 다양성이 있는 건강한 사회를 만드는 밑바탕이 될 수 있기를 기대합니다. 다양한 가치관을 소개하는 책을 만들어 타인을 이해하고 공감할 수 있는 관용적인 사회를 만들어 나가는 데에 도움이 되고 싶습니다.

편집에 매료되다

책은 작가, 번역가, 편집자, 북 디자이너, 인쇄업자와 같이 많은 사람들의 협업에서 나온 결과물이라고 생각합니다. 저는 그중에서도 편집 업무에 매력을 느꼈습니다. 2년 동안 학과 학생회에서 학술부로 활동하며 매 학기 학과 학술 자료집과 보고서를 제작하였습니다. 학술부 차장을 연임하던 해에 처음으로 혼자서 현지조사 자료집을 제작하는 기회가 생겼습니다. 자료집 컨셉은 교수님께서 지정해 주셨지만, 그것에 맞게 목차를 짜고 필요한 원고를 가다듬고 자료집 형태를 결정하는 일 모두 제가 결정해야 했습니다. 팀원들이 작성한 원고를 퇴고하면서 어떻게 하면 각 원고에 담긴 메시지가 전달될 수 있을지, 독자인 학우들이 더 쉽고 재밌게 읽을 수 있을지 고민하고 노력하는 시간이 즐거웠습니다. 제 고민과 노력의 결정체인 자료집을 완성하여 받아 보았을 때 성취감과 보람을 느꼈습니다. 특히 팀원들이 제가 만든 자료집을 재미있게 읽는 모습을 보며 편집에 매력을 느꼈고 편집자의 꿈을 키우기로 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