출판인 양성기관을 소개합니다

정윤

들어가며

가뜩이나 신입을 잘 채용하지 않는 출판계. 하지만 누구나 신입으로 시작해야 합니다. 그렇다면 출판인이 되기 위해 어떤 교육을 받아야 할까요?

예비출판인들이 선택할 수 있는 교육기관 중 세 곳을 선정해 간략히 소개합니다. 각 기관마다 입학 대상자도 조금씩 다르고, 교육 내용이나 목표, 취업 연계도 차이가 있습니다. 첫 번째는 2년제 대학과정인 서일대 미디어출판학과입니다. 두 번째는 한국출판인회의가 직접 설립한 서울예비출판학교(SBI)입니다. 세 번째는 한국폴리텍대학 출판편집디자인과입니다.

모든 출판인이 이 세 기관에서 배출되지는 않지만, 출판계로 진출하고 싶은 예비출판인들이 먼저 눈을 돌리는 곳들임은 분명합니다. 그래서 이 세 기관의 간단한 연혁, 규모, 역할, 목표 및 기여 등을 사실 중심으로 정리해 보았습니다.

1. 서일대 미디어출판학과

서울에서 출판인 양성을 목표로 한 대학 학과는 서일대 미디어출판학과뿐입니다.

서일대1당시에는 서일전문대였습니다. 서일대로 이름을 바꾼 건 1998년입니다.는 1991년에 ‘인쇄출판과’를 야간학과로서 신설했습니다. 이듬해에는 학과 이름을 ‘출판과’로, 2000년에는 ‘정보출판과’로 바꾸었습니다. 2006년, 서일대는 야간학과였던 정보출판과를 ‘미디어출판과’로 개명하며 주간학과로 변경했습니다. 2017년 신입생 모집에서는 학과명을 ‘미디어출판학과’로 바꾸었습니다.

교원은 총 4명으로, 전임교수와 겸임교수가 각 2명입니다. 한편 입학 정원은 학과 창설부터 지금까지 매년 40명입니다. 2019년 입시 경쟁률은 수시에서 17:1, 정시에서 13:1 정도였습니다. 전국에서 600명 정도가 입학을 지원한 셈입니다.

커리큘럼은 2년 과정이고, 출판 직무능력과 기초지식을 포괄합니다. 이 2년간 학생들은 기획과 편집, 교정교열, 디자인, 제작공정 관리, 마케팅 등 출판과정 전반을 이론 및 실습으로 배웁니다. 대중문화, 매스컴 관련 이론 및 저작권도 배웁니다. 출판 현장에서 많이 사용하는 포토샵, 일러스트레이터, 인디자인 등 툴 사용법도 실습합니다. 나아가 포트폴리오 제작이나 출판창업도 이 커리큘럼에 포함됩니다. 졸업할 때는 행정전문학사를 수여받습니다.

학과에서 연계하여 받을 수 있는 자격증으로는 컴퓨터그래픽스운용기능사, 전자출판기능사가 있습니다. 커리어넷(www.career.go.kr)에 따르면 졸업 후 출판미디어학과의 취업률은 대체로 60퍼센트 정도입니다. 교내외 모집 및 산학협력 등 경로는 다양합니다. 물론 졸업생 모두가 출판계로 진출하는 것은 아닙니다.

학과 학생들은 다양한 활동을 통해 직무능력을 쌓습니다. 2년간 커리큘럼 중에 학습지 출판사를 중심으로 한 현장실습에 참가합니다. 2018년에는 ‘서울국제도서전’에 참가하여 졸업작품집과 북커버 디자인 등을 출품했습니다.2“서일대 미디어출판학과, ‘2018서울국제도서전’ 참가”, 〈뉴스웨이〉, 2018년 7월 5일. 이와 함께 AR이나 키넥트 등을 활용한 콘텐츠를 전시하고, 직접 기획한 굿즈와 이벤트도 선보였습니다. 출판문화학회가 주최하는 대학생 출판콘텐츠 공모전에서는 여러 상을 받기도 했습니다.3“서일대 학생들, 제6회 대학생 출판콘텐츠 공모전서 다수 수상”, 〈베리타스알파〉, 2019년 11월 11일.

한편 2014년, 서일대는 서일대 문예창작과와 미디어출판과를 통합한다고 발표하여 문창과 학생들의 반발을 산 일이 있습니다.4“‘취업률’과 바꾼 ‘학과 폐지’에 예술대생들 뿔났다”, 〈미디어오늘〉, 2014년 4월 2일. 결국 2015년, 문창과는 영화방송예술과와 통폐합되었으며, 미디어출판과는 이전 그대로 유지되었습니다.

2. SBI 서울예비출판학교

한국출판인회의 부설 서울북인스티튜트(이하 SBI)는 출판인 교육기관입니다.

마포구에 자리한 SBI는 김영사, 문학동네 등 18개 출판사가 출연한 설립기금, 독서진흥 특별회계지원금 및 67개 출판사의 기부금에 힘입어 2005년에 설립되었습니다. 설립과 함께 출판인 양성을 위한 교육과정을 열고, 교육용 교재 7종을 발간했습니다. 이후 2010년, 출판환경과 교육과정이 변화함에 따라 교재 7종을 추가로 개발했습니다.

현재 SBI는 일반인을 대상으로 한 편집자입문과정, 기존 출판노동자를 대상으로 한 재직자직무향상과정 약 25종, 신입 편집자・디자이너・마케터를 각각 양성하는 채용예정자과정(출판전문인력양성과정)을 운영합니다. 예비출판인이 지원하는 서울예비출판학교는 이 채용예정자과정입니다.

SBI 서울예비출판학교 졸업생은 약 800여 명에 이릅니다. 매 기수마다 교육하는 학생 수가 조금씩 다른데, 2018년 및 2019년에는 편집자 과정에 24명, 마케터 과정에 22명, 디자인 과정에 16명을 각각 선발했습니다. 서류전형과 필기 및 면접시험을 거쳐 학생을 선발하며, 최근 입학 경쟁률은 7~8:1 정도입니다.

기수별 교육기간은 6개월입니다. 매년 3월에 모집을 공고하여, 5월부터 10월까지 교육과정이 진행됩니다. 학생들은 하루 7시간, 총 798시간을 교육받습니다. 교육 내용은 과정에 따라 다르지만, 각각 직무수행능력 배양에 초점을 맞춥니다. 10월에는 각 프로젝트 결과물과 교육성과 등을 발표하는 자리를 엽니다.

발표회 이후, SBI는 교수진의 소개, 기관 내외 공고를 통해 출판사 취업을 지원합니다. 내부 자료에 따르면 취업률은 95퍼센트에 달한다고 합니다.5“한국출판인회의 김학원 신임회장 ‘출판 앱으로 소통 확대할 것’”, 〈출판 N〉, 2019년 12월호. SBI와 협약을 맺고 인력을 선발하는 협약출판사들도 있는데, 2019년 12월 기준, 총 778개 출판사가 SBI와 협약을 맺었습니다.

한편 한국출판인회의는 이른바 출판통합 모바일 앱인 ‘에디톡’을 최근에 출시했습니다. 에디톡에서도 SBI 교육 관련 공지 등을 확인할 수 있습니다.

한편 온라인 출판커뮤니티 북에디터(bookeditor.org)에는 SBI의 후진적 커리큘럼 및 채용절차, 불성실한 강사 선임, 질 낮은 협약출판사 등을 지적하는 글이 종종 올라옵니다. 하지만 출판계에 진입하려는 예비출판인에게는 마땅한 대안이 없고, SBI 학생들로서는 취업이 최우선 과제이기에 기관의 여러 문제점을 실천적으로 바꾸려 움직이기 어려운 상황이라는 진단도 함께 게시되곤 합니다.

3. 한국폴리텍대학 출판편집디자인과

직업교육에 초점을 맞춘 한국폴리텍I대학, 강서캠퍼스에는 출판편집디자인과가 있습니다.

강서캠퍼스는 1990년, 서울시립청소년직업훈련원으로 개원했습니다. 1998년에는 서울시립기능대학으로 승격했으며, 이때 이미 출판편집디자인과를 운영하고 있었습니다. 2006년에 전국 기능대학을 모은 한국폴리텍대학이 출범함으로써 한국폴리텍대학 강서캠퍼스가 되었습니다.6앞서 1999년에는 서울정수기능대학 강서분교, 2001년에는 서울강서기능대학으로 개편했습니다. 2002년에는 서울정보기능대학으로 명칭을 변경했습니다.

현재 한국폴리텍대학은 2년제 학위과정과 비학위 직업훈련과정을 운영합니다. 출판편집디자인과는 비학위 직업훈련과정 중에서도 대졸 미취업자를 대상으로 한 하이테크과정입니다. 비학위과정이므로 과정을 수료해도 학위를 수여하지 않습니다.

출판편집디자인과 전임교원은 4명이며, 2020년 학생 모집정원은 50명입니다. 정원은 차츰 증가하는 추세입니다. 보도자료에 따르면, 2019년 하이테크과정의 평균 입학 경쟁률은 2.95:1을 기록했습니다. 또한 입학자 중 전문대 졸업자의 비중은 줄고 4년제 대학 졸업자가 증가하는 추세입니다.7“취업난에 높은 학력 제쳐두고 기술 찾는 청년들”, 한국폴리텍대학 보도자료, 2019년 4월 1일. 특히 2015년 기준, 출판편집디자인학과 학생은 80퍼센트 이상이 대학 졸업자입니다.8“연세대 고려대 등 대졸 입학생이 80%인 폴리텍대학 출판편집학과”, 〈조선일보〉, 2016년 3월 16일.

교육과정은 10개월 과정입니다. 커리큘럼은 출판기획 및 편집에서 편집디자인, 출판제작까지 아우르지만, 전체적으로 디자인을 많이 가르칩니다. 학생들은 색채론이나 교정교열 등 기본적 이론을 익히고, 일러스트레이터와 포토샵 등 그래픽디자인 툴, 인디자인·쿼크익스프레스·한/글 등 편집디자인 툴을 배웁니다. 또한 제작실무, 전자책 출판도 직접 실습하며 공부합니다.

커리큘럼의 80퍼센트가 실습이라는 점에서9“디자인은 최고의 마케팅 ‘출판편집디자인과’”, 〈시사경제신문〉, 2019년 7월 1일. 교육과정이 실무역량 배양에 중점을 두었음을 알 수 있습니다. 학교는 디지털인쇄, 재단 및 제본에 필요한 장비를 갖추고 이를 지원합니다. 또한 학생들은 교육과정 중에 전자출판기능사, 컴퓨터그래픽스운용기능사, GTQ그래픽기술자격, GTQ인디자인, GTQ일러스트레이터 등 관련 자격증을 취득할 수 있습니다.

교육과정 수료자는 출판사, 신문사뿐 아니라 인쇄 및 출판디자인과 관련한 여러 분야로 진출할 수 있습니다. 교내외 모집 및 학교의 적극적 지원으로, 2011년부터 2015년까지 연간 평균 취업률은 84.6퍼센트라고 합니다.10각주 8과 같음.

취업률이 높고 대졸 미취업자의 입학률이 높은 한편 큰 사회적 물의를 일으킨 일이 없어, 폴리텍 출판편집디자인과는 언론 등에 부정 이슈를 노출한 일이 없습니다. 대신 대안적 직업훈련 사례로 다양한 언론이 소개해 왔습니다.11“폴리텍대학, 직업교육 새 길을 찾다”, 〈내일신문〉, 2019년 10월 14일; “남성인구 추월한 여성인구, 여성인적자원 활성화 필요한 때”, 〈YTN〉, 2019년 1월 16일 등.

  • 1
    당시에는 서일전문대였습니다. 서일대로 이름을 바꾼 건 1998년입니다.
  • 2
    “서일대 미디어출판학과, ‘2018서울국제도서전’ 참가”, 〈뉴스웨이〉, 2018년 7월 5일.
  • 3
    “서일대 학생들, 제6회 대학생 출판콘텐츠 공모전서 다수 수상”, 〈베리타스알파〉, 2019년 11월 11일.
  • 4
    “‘취업률’과 바꾼 ‘학과 폐지’에 예술대생들 뿔났다”, 〈미디어오늘〉, 2014년 4월 2일.
  • 5
    “한국출판인회의 김학원 신임회장 ‘출판 앱으로 소통 확대할 것’”, 〈출판 N〉, 2019년 12월호.
  • 6
    앞서 1999년에는 서울정수기능대학 강서분교, 2001년에는 서울강서기능대학으로 개편했습니다. 2002년에는 서울정보기능대학으로 명칭을 변경했습니다.
  • 7
    “취업난에 높은 학력 제쳐두고 기술 찾는 청년들”, 한국폴리텍대학 보도자료, 2019년 4월 1일.
  • 8
    “연세대 고려대 등 대졸 입학생이 80%인 폴리텍대학 출판편집학과”, 〈조선일보〉, 2016년 3월 16일.
  • 9
    “디자인은 최고의 마케팅 ‘출판편집디자인과’”, 〈시사경제신문〉, 2019년 7월 1일.
  • 10
    각주 8과 같음.
  • 11
    “폴리텍대학, 직업교육 새 길을 찾다”, 〈내일신문〉, 2019년 10월 14일; “남성인구 추월한 여성인구, 여성인적자원 활성화 필요한 때”, 〈YTN〉, 2019년 1월 16일 등.