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윤우
펺집자 주
예비출판인은 누구이고 어디에 있으며 무엇을 바라보는가. 아직 무언가가 되지 않은/못한 상태가 아닌, 취업준비생이라는 집단으로 거칠게 묶인 사람들이 아닌, 그리고 무엇을 증명해야만 하는 사람이 아닌, 각자의 자리에서 고투하고 있을 예비출판인 하나하나의 목소리를 오롯이 담고 싶었다. 2019년 지금 이곳에서 출판인을 꿈꾸는 사람을 대상으로 온라인 설문과 집담회 ‘예비출판인의 밤’을 기획했다. 온라인 설문은 2019년 12월 13일부터 진행했다. 왜 그리고 어쩌다 출판사에 지원하는지, 지원 시 가장 힘든 점은 무엇이었는지, 지원 경험 중 나누고 싶은 이야기가 있는지 등 총 세 가지 질문을 주관식으로 받았다. 2020년 1월 10일 현재까지 답변한 사람 중 예비편집자 77.0%, 예비디자이너 11.5%, 예비마케터 7.7%, 기타 3.8%로 예비편집자가 압도적으로 많았다. 약 일주일 뒤, 12월 21일 서울 마포구에서 오후 5시부터 2시간 동안 집담회를 진행했다. 참가자는 총 15명이었다. 스무 개의 키워드를 뽑아, 돌아가며 이야기하고 싶은 경험을 나눴다. 가장 많이 등장한 표현은 “저도 궁금한 게 있는데요”였다. 온라인 설문과 집담회에서 나눈 이야기를 모으고 정리했다. 답변은 모두 익명이다.
쓰는 사람, 읽는 사람, 그리고 만지는 사람
어린 시절부터 세상이 불합리하게 느껴질 때가 많았고 바꾸고 싶다는 생각이 있었지만, 구체적인 장래희망으로 연결되지는 않았습니다. 군 생활을 할 때 자주 가던 책방에서 “책 좋아하면 출판사에서 일하면 되겠네” 하는데, ‘아! 이거다!’ 싶더라고요. 돌아보면 언제나 책과는 가까이 지냈으니까요. 다들 그렇지 않나요? 책 좋아하니까 출판사에서 일하고 싶다, 아닌가요? _예비편집자 곽멍
원래 글쓰기에 관심이 있었어요. 그중에도 논픽션, 비평이나 칼럼이나 리뷰 쓰는 데 관심이 있었어요. 그래서 ‘엑스북스아카데미’에서 글쓰기 수업도 듣고 그랬어요. 합평도 엄청 열심히 하고요. 직업으로서 글을 쓰려고 웹진 같은 데 가고 싶었거든요. 근데 내 생각을 글로 쓰는 데 시간도 오래 걸리고, 이걸 주기적으로 하는 건 못할 거 같은 거예요. 그때 글쓰기 수업 선생님께서 이 직업이 어울릴 거 같다고 지나가는 말로 해 주셨어요. 일단 SBI에 지원했는데 떨어졌었고. SBI에도 돈 내고 듣는 수업이 있어요. 그걸 들었었거든요. 하면서 재밌더라고요. 내가 글을 쓰지 않아도 원고에 가치를 담아서 책으로 만드는 거잖아요. 그게 좀 매력적이어서, 하고 싶다 (싶었죠). 이 일이 제일 업으로 삼고 싶더라고요. _예비출판인 B
좋아하는, 하고 싶은, 할 수 있는⸻일
다른 회사에서 일하다가 회의를 느끼고 이직을 고민하다 편집자가 되기로 마음먹었습니다. 기획하고 실행하고 소통하는 일을 좋아하는데, 이왕이면 내가 잘하는 것을 좋아하는 일에 쏟아붓고 싶었어요. _예비편집자 Roxy
사실 저는 독서왕도, 문학 소년도 아니었는데 다른 곳에서 우연히 편집 일을 맛보고 책을 만드는 일에 빠지게 되었습니다. 너무 재밌더라고요. 물론 당시 제 상사께선 출판사에서 일하는 것뿐만 아니라 출판계 진입 자체가 힘들 것이라고 말씀하셨지만. _예비편집자 구월
대학 4년을 다니며 목표는 딱 하나였어요. 내가 정말 원하는 일을 찾는 것. 결론적으로 딱 하나를 100%라고 꼽을 수는 없지만, 잠을 좋아하는 제가 책을 만드는 시간에는 신나서 밤을 새우는 걸 보고 ‘혹시 이걸 해야 하나’ 하는 무서운 생각이 들더라고요. 좋아하는 일로 먹고살 수 있다면 이 일을 꼭 해 보고 싶네요. _예비디자이너 다인
다른 것보다 좀 더 좋아하는 것을 업으로 하고 싶어요. _예비편집자 출파니핑크
어차피 내가 일을 해서 돈을 벌어서 먹고살아야 하는 거면, 좋아하는 걸 찾아서 일하는 게 오래 할 수 있지 않을까 했어요. 작년 초에도 출판사 생각을 했다가 뭔가 확신이 없어서 아예 다른 직종으로 한번 취업을 했었거든요. 책을 좋아해도 막상 이걸 업으로 삼아서 일을 하게 되면 스트레스 받고, 오래 좋아하던 걸 (오히려) 싫어하게 되지 않을까, 그런 생각이 컸어요. _예비출판인 K
다른 직종에서 회사원으로 근무하다가 이제 정말 내가 좋아하는 걸 해 보자는 마음이 들었고, 첫 번째로 생각난 게 출판사였습니다. 질리지 않고 일할 수 있는 유일한 분야라는 확신이 들었어요. _예비편집자 tohema
저는 확신은 없고……. 조금이라도 좋아하는 거랑 일치시키고 싶은 마음이 있어서 이쪽을 생각하게 됐는데요. 저도 그게 항상 궁금했어요. 사람이 어느 정도로 (책을) 좋아해야 책을 읽히려고 할까? _예비출판인 L
좋아하고, 만들고 싶으며, 만들게 될⸻책
책을 읽으면 너무 가슴이 뛰고, 나도 이런 글을 쓰고 싶고, 이런 책을 만들고 싶어요. _예비편집자 글리체리아
책을 정말 좋아하고, 좋은 책을 만들고 싶어요. 제가 좋아하고 원하는 내용의 책을 만들어 보고도 싶고요. _예비편집자 구절
한겨레출판학교 다닐 때 일부러 제가 싫어하는 원고를 맡았어요. 어차피 억지로 다 봐야 된다니까 제일 어려워 보이고 진짜 싫어하는 원고를 해 봤는데, 이게 아무리 어려워도 내가 하니까 막 애착이 생기는 거예요. ‘내가 과학을 좋아하나?’ 이런 착각도 하고요. 제일 걱정되는 건, 자기 신념에 반대되는 원고일 때예요. 만약 편집장이 나한테 ‘너 이거 맡아서 해’라고 하면 내가 과연 할 수 있을까? 주어진 일을 해야 한다는 거에 대해 허무함을 많이 느낄 것 같아서 그게 좀 걱정돼요. 항상 하고 싶은 일만 할 수는 없겠다. 책이 싫어질 수 있겠다. _예비출판인 M
편집자를 오래 하신 분이 작게 북토크 하는 자리에 간 적이 있어요. 편집자에게는 읽어야 하는 텍스트가 정해져 있잖아요. 그래서 그분은 언제 잠들었느냐와 상관없이 새벽 4시에 일어나서 좋아하는 책을 읽는대요. 그러고 출근을 한다는 거예요. 저 정도……의 마음이 있어야 하는 건가? 잘하는 편집자가 되려면 확실히 보통 좋아하는 수준과는 다르게 생각을 해야겠다……. _예비출판인 L
SBI에서 수업 들었을 때 원고를 받았는데 솔직히 재밌진 않았거든요. 그런데 (읽는) 재미랑 책으로 만드는 거는 조금 달랐어요. 내가 부각하고 싶은 측면이나 콘셉트를 잡아서 원고를 읽는 것, 이 원고를 매력적으로 만드는 것, 그런 건 좀 재밌다, 그런 생각이 들었어요. _예비출판인 B
기쁨과 슬픔, 확신과 의심
채용이 된다는 기약 없이 계속 이력서만 쓰고 있는 것이 불안합니다. _예비편집자 국문학도
무관한 전공, 무관한 경력…. 그 속에서 제가 신입으로 시작할 수 있을지 막막합니다. (…) 출판사 취준생이 되기 전과 비교해 달라진 점이라면, 이제는 대형출판사 로고를 보면 괜히 부럽고 슬퍼진다는 거…. _예비편집자 tohema
비슷하다면 비슷할, 다르다면 다를 분야를 전공했고, 그래서 출판 분야를 늦게 접했다는 생각에 준비되지 않은 기분이 항상 들어요. _예비디자이너 다인
‘얼마나 어렵겠어’, 이렇게 생각했다가 생각보다 어려워서 ‘낭패다, 큰일 났다’ 싶어요. 요즘 좀 회의감이 많이 들어요. 저도 자존심이 세서 주변에서 다 뜯어말렸는데, ‘한번은 들어가 봐야지, 안 되면 나오더라도 들어갔다 오자’, 이 생각으로 버티고는 있어요. 근데 어디까지 버틸 수 있을지 잘 모르겠어요. _예비출판인 F
지금(SBI 올해 기수, 편집자반 중) 취업 못한 사람은 약 15%거든요. 그니까 거의 다 취업했어요. 동기들이 다들 일하고 있으니까, 뭔가 박탈감 같은 것이 있는 거 같아요. _예비출판인 B
좋아하는 일을 선택하기 위해 져야 하는 책임이 되게 크다는 생각이 많이 들어요. 예상했지만 정말 더 현실이구나, 이런 생각도 많이 들고요. _예비출판인 G
출판학교 선생님, 선배 등의 조언이 도움이 되기도 하지만 해야 할 과제가 무한정 추가되는 기분이 들 때도 많습니다. 내가 편집자를 하기에 부족한 사람인가 싶은 생각에 종종 괴롭습니다. _예비편집자 온소
주변 반응⸺“출판사에 들어가겠다고?”
편집디자인을 하고 싶다고 하면 ‘UX/UI 디자인 이런 게 당연히 돈이 되지, 왜 그쪽을 선택해?’, ‘(거기는) 사람도 안 뽑고, 그거 해도 어차피 결국엔 UX/UI야’ 이런 말을 되게 많이 들었어요. _예비출판인 G
선생님들 중에 그렇게 이야기하시는 분도 있어요. 수업에 오셔서 ‘도망쳐라’……. 그만큼 힘들다고 하시면서 이야기를 끌고 나가시는 분도 있는데, 그런 말을 들었을 때 저희도 기분은 안 좋더라고요. 이미 (SBI에) 왔는데 도망치라고 하면……. _예비출판인 B
애인이 “등단하면…… 편집자로 뽑아 주지 않을까?”라는 발언을 한 적이 있습니다……. _예비편집자 구절
이렇게 다 말리는 직장은 처음이에요. (출판계가 아닌) 첫 직장 들어갔을 때 그럭저럭 잘 맞아서 잘 다니다가, 퇴사하겠다고 했는데 마침 또 거기에 출판사에 있었던 분이 계셨거든요. 진짜 무슨 제가 전쟁터 나가는 것처럼 ‘큰일 났다, 이제 굶어 죽을 거다’, 이런 식으로 얘기를 많이 하시고. 주변에서도 다들 제 앞날을 벌써부터 많이 걱정해 주더라고요. 저는 한겨레출판학교를 다녔는데, 선생님도 ‘다시 돌아가라’, ‘잘 생각을 해 봐라’ 그러셨어요. _예비출판인 F
주변에서 다 같이 취업 준비를 하니까 “너 어디 (회사) 썼냐?” 이런 얘기를 하면, “난 출판사에 들어가 보려고”라고 했죠. 그러면 애들이 막 멋있다고…… 그런 얘기를 막 했어요. 너는 진짜 네가 좋아하는 거 찾아서 하는구나. 이런 얘기들. _예비출판인 A
Seoul Book Institute
SBI를 만약 고민하고 있다면 일단 들어가는 게 좋다고 생각해요. 취업에 훨씬 유리하기 때문에요. 워낙에 신입 자리가 없잖아요. SBI가 1년에 한 번 뽑고, 수료 기간이 6개월이라고 해도 들어가는 게 낫다고 생각해요. SBI도 경쟁률이 있긴 한데, 출판사 취업 경쟁률보다는 훨씬 낮은 경쟁률이고요. 편집자반의 경우엔 7:1 정도예요. _예비출판인 B
SBI는 들어가기가 너무 힘들어요. 시험에서 3차 그룹면접까지 갔었는데, 외국어 전공자라는 이유로 대학을 갓 졸업한 저를 프랑스 대학에서 프랑스 문학을 전공한 유학파 지원자, 일본 대학원에서 독일어를 전공한 지원자, 중국에서 학창 시절을 보내 중국어에 능통한 지원자와 같은 그룹으로 묶은 것은 정말 충격이었어요. 당연히 경험과 노력의 차이로 합격이 갈리는 것이겠지만 제게는 단 하나의 질문도 안 왔던 것도 충격이네요. _예비편집자 글리체리아
저는 올여름부터 계속해서 북에디터 들어가서 확인했는데, 신입 공고가 정말 안 나요. (SBI에서 올해) 90% 가까이 취업했다고 하셨는데, 북에디터 공고는 그만큼 자리가 나오질 않았어요. 저같이 (SBI) 바깥에 있는 경우에는 공고조차 보지 못한 채로 채용이 진행되는 거죠. 뜻이 있는 분들은 저와 같이 SBI를 준비합시다. 북에디터만 봤을 때는…… 신입 뽑는 공고가, 걸러야 된다고 생각했던 출판사들까지 합쳐도 10개가 채 안 됐었거든요. 출판사를 준비하면서 (SBI를) 가야 되겠다고 생각했어요. _예비출판인 C
bookeditor.org
홈페이지만 봤을 때는 이게 한 90년대, 80년대에 만들어 놓은 거 같은데. 누군가가 놔두고 관리 안 하고 서버 호스팅 비용만 계속 내고 있는 거 아닌가 그런 생각이 들더라고요. 누구도 건드릴 수 없는, 그런 건가 봐요. 누구도 관여해서 더 발전시키고 싶지 않은. _예비출판인 D
가입도 잘 안 돼요. (북에디터를 소개해 준 사람이) 가입이 안 되면 말도 안 되는 생년월일을 넣으라고 하더라고요. _예비출판인 D
업계의 축약판인 거 같아요. _예비출판인 E
노동 조건⸻근로기준법을 공부하는 슬픔, 참을 수 없는 임금의 가벼움, 오늘도 야근 내일도 야근
○○출판사 이번 채용은 다들 지원하셨을 거 같아요. 출판 연봉 오픈도 요즘 이야기가 많은데, 제가 출판사를 준비하면서 연봉을 명시한 출판사는 ○○출판사가 처음이었어요. 아, 이천팔백이면 분명 이거 경력도 무조건 신입으로 지원하겠다, 싶었죠. _예비출판인 C
사장님들 입장에서는 인식이 그런 거 같아요. ‘출판업계는 열악하기 때문에 이 정도만 이야기해 줘도 돼’. _예비출판인 D
저는 ○○출판사에 애착과 기대와 관심이 많은데요. 올해 신입 공고가 떴는데, 자세히 읽어 보니까 계약직이더라고요. ○○출판사가 왜 이렇게까지 해야 되냐. 그런 생각이 많이 들었어요. _예비출판인 E
출판사에서 북에디터에 공고를 낼 때 노동 조건을 명확하게 표기하는 회사가 진짜 없더라고요. 심지어 임금을 얼마 주겠다는 얘기도 없고 ‘면접 후 합의’, ‘사내 규정에 따름’, 이렇게 되어 있는데 그 자체가 씁쓸하더라고요. _예비출판인 A
야근을 많이 할 거면서 그런 내용은 왜 없는지 답답했습니다. _예비편집자 달료
우대사항 이런 건 다 상세하게 적어 놓고 제공해 주는 건 ‘회사 내규에 따름’, 이렇게 해 놓잖아요. 당당하지 못하니까 ‘일단 면접 오면 알려 줄게’, ‘선제시 하세요’ 이런 느낌인데, 정말로 그 정도를 줘야지만 운영이 될 정도로 출판사가 어려운 건지. (일할) 사람을 원한다면 벌어먹고 살 수 있을 만큼은 대우를 해 줘야 책도 더 열심히 만들고 그럴 텐데. 정말 사람들한테 기본적인 요건도 충족시켜 주지 못할 정도라면 출판사를 하지 말아야 된다고 생각하거든요. _예비출판인 C
인문 분야 출판사 입사를 희망하고 있는데 신입을 뽑는 곳이 별로 없습니다. _예비편집자 샤오퍄오
[끌어올림] 채용 공고
암묵적으로 SBI 출신을 뽑는다는 걸 알고 있어서 그 부분이 계속 의식됩니다. 책 리뷰 등 요구하는 수준이 높아서 힘들었어요. _예비편집자 달료
괜찮은 출판사에는 자리가 잘 나지 않고, 과연 신입을 뽑을까 싶습니다. _예비편집자 잡플래닛
무엇보다 언제 어느 출판사 공고가 나올지 모르는 게 제일 답답한 것 같아요. _예비편집자 곽멍
신입채용 공고가 드물다는 점이 가장 슬픕니다. _예비편집자 온소
신입은 언제 뽑을까요……. _예비편집자 뭉뭉
출판사 가겠다고 하면 물어봐요, 어디 출판사 가고 싶냐고. 근데 만약에 내가 가고 싶은 데가 ○○출판사라고 해도 그곳만 판다고 해서……. 거기서 신입 채용이 열려야 갈 수가 있는 거잖아요. 여러 출판사에서 채용 공고가 올라올 때마다 찾아봐야 하잖아요, 출판사마다 다르니까. 그런 것도 답답하고. _예비출판인 J
신입이라고 쓰고, 지원자 현황은 경력자들이 대부분입니다. _예비편집자 2020에는취업하자
원하는 분야의 책을 출판하는 곳의 채용 공고가 올라오는 경우가 드물고, 올라와도 대부분 경력직을 채용하기 때문에 힘듭니다. _예비편집자 국문학도
신입을 거의 뽑지 않는다는 점. 그리고 회사로서 좋은 출판사가 없어요. _예비편집자 구절
공고 자체도 매우 적어서 찬밥 더운밥 가릴 처지도 못 되고요. _예비편집자 tohema
출판사 정보⸻연혁, 인사말, 베셀 목록……잡플래닛(평점: 1.5점), 크레딧잡(입사자 평균 연봉: 2,197만 원)
교육발표회 다음 주쯤부터는 채용이 들어와요. 선생님이 공유해 주시는데, SBI의 좋은 점이, 연봉을 다 알 수가 있어요. 여기 출판사는 얼마, 여기 출판사는 얼마. 그래서 그 감각을 알 수가 있어요. 평균 연봉이 어느 정도구나, 대졸 초입을 얼마 제시하는구나, 이 정도는 너무 낮은 거구나……. 출판사가 공개한 초임 연봉은……이천오륙백 정도가 제시하는 수준인 거 같고요. 친구들이 간 출판사 중에서 제일 낮은 경우가 이천사백 정도였고. 제일 높은 건 삼천백만이었어요. _예비출판인 B
도대체 이 회사가 뭘 하는 회사일까? 책을 만들어 파는 회사라는 정보 외에는 없으니 지원자의 입장에서는 그야말로 복불복인 셈이죠. 일박이일의 복불복은 그저 까나리액젓을 들이켜거나 노상에서 하룻밤을 보내면 그만이지만, 우리 같은 미생에겐 짧으면 몇 개월, 길면 몇 년을 날려 버릴 수도 있는 위험한 도박이죠. 아무런 정보가 없다는 것, 그 정보를 움켜쥐고 있는 자들이 도무지 그 정보를 내놓지 않으려 한다는 것. 입을 꾹 다문 채 음침한 눈으로 우리를 바라보는 그들을, 우리는 그나마 잘 되면 선배라고 부르겠죠? _예비편집자 편집자3
SPECification⸻(경력 있는) 신입
모든 게 다 막막합니다. 입사지원서·자기소개서를 써야 하는데 양식이 없으니 어떤 내용을 얼마만큼의 분량으로 써야 하는지도 모르겠고, 증명사진 부착해야 하나? 없어도 되나? 이런 사소한 것도 고민입니다. 분명 출판 수업에서는 ‘영어 능력 안 본다, 상관없다’라고 했지만, 그분들이 현직에 있을 땐 그랬겠지요. 그렇지만 지금은 영어가 기본이라는데, 나는 정말 기본도 안 되는 실력인데, 그럼 영어 공부를 지금부터 해야 하나 싶기도 하고요. _예비편집자 곽멍
저번에 ○○출판사 공고가 올라왔는데, ‘그냥 시도해 보자’ 하는 마음으로, 떨어질 거 알고 써 봤어요. ○○출판사는 입사지원서 형식이 있었는데, 그걸 보면서 도대체 뭘 준비해야 되나 싶었어요. 책을 많이 읽는다고 되는 거 같지도 않고. _예비출판인 J
출판에 관한 경험을 쌓기 힘들다는 것. SBI나 한겨레출판학교 말고는 딱히 없는데 SBI는 들어가기가 너무 힘들어요. 이러한 교육 과정 없이 개인적 경험에 의존해 출판사에 들어가는 건 더욱더 하늘의 별 따기예요. 출판사가 원하는 건 경력 있는 신입 그 자체더라고요. _예비편집자 글리체리아
경력 3년 차 채용의 벽. 신입은 어디서 경력을 쌓나요. _예비편집자 Roxy
책 좋아하는 인싸에, 디자인도 할 줄 알고, 트렌디하며 의사소통 능력이 뛰어난…… 유튜브 하는 사람을 찾는다고 해서 어렵습니다. _예비마케터 도비
진입 장벽이 너무 높아요. 어떤 스펙을 원하는지 모르겠어요. _예비편집자 모디터
요즘 (저를) 힘들게 하는 것은 ‘분야’입니다. 분야를 고집하지 않으면 더 빨리 취업이 될 것이라고 생각했고, 다양한 분야의 책을 만들어 볼 수 있을 줄 알았는데 꼭 그런 것은 아니었네요. 희망 분야를 설정해 놓지 않으니 전문성을 갖추지 못한 지원자가 된 듯합니다. 애초에 희망 분야를 정해 두고 그 분야의 책을 꾸준히 읽고 공부했으면 지금과 같은 상황은 피할 수 있지 않았을까 하는 생각이 듭니다. _예비편집자 구월
○○출판사 유튜브를 봤는데, 출판사 입사 준비를 다룬 적이 있어요. “북스타그램을 해라”, “서점 방문기를 써라”, “책을 많이 읽어라”……. 차라리 이런 조언보다는 SBI를 모르는 사람이 있을 수도 있으니까 SBI를 해 보라고……(하는 게 낫지 않나요). 근데 그런 얘기는 하나도 없고요. _예비출판인 J
한겨레출판학교 다닐 때 선생님들한테 물어보면 책 많이 읽으면 된다고 답변해 주시는데, 그 ‘많이’가 뭐 얼마나 ‘많이’ 읽어야 되나요? 책이 일 년에 팔만 종이 쏟아져 나오는데 많이 읽어 봐야 뭐 얼마나 많이 읽을 수 있나요. 그런 점이 답답해요. _예비출판인 C
편집자에 적합하지 않은 나 자신이 나를 괴롭게 합니다. 교정·교열은 기본이고 학벌이 좋아야 한다고 합니다. 트렌드를 빠르게 파악해야 한다고 합니다. 마케터 못지않은 마케팅 능력을 가지고 있어야 한다고 합니다. 각종 SNS, 칼럼, 연재 등을 통해 가능성 있는 저자를 누구보다 빠르게 발견해야 하며 출간 제안을 하는 센스도 있어야 합니다……. 그리고, 책을 좋아하는 것만으로는 편집자가 될 수 없다고 합니다(맞는 말입니다……). _예비편집자 (지)망생
예비출판인에게 무해한 사람, 무례한 사람
○○출판사 유튜브를 봤는데요. 거기서 신입 채용을 다루더라고요. 필시기험을 보는데, ○○출판사에서 나온 작품 중에 한 구절을 내서 어떤 작품인지 맞혀야 하는 문제가 관행처럼 있대요. 근데 제목을 전혀 유추할 수 없는, 정말 그냥 생뚱맞은 문장 하나 놓고, 이번에 정답률이 0%였다고 하면서 되게 좋아하는…… 거예요. 댓글들도 되게 재밌다고 하고. (근데 저는) 이게 재밌나? 이게 말이 되는 건가? 이게 무슨 변별력이 있는지. ○○출판사에서 나온 책이 몇 백 권은 될 텐데 그 책을 다 읽을 수 있는 것도 아니고요. 신입으로 지원하려는 사람 입장에서는 좀 불쾌하죠. _예비출판인 I
모 대형출판사에 지원하여 마지막 3차 임원 면접까지 가서 사장이라는 분을 만나 뵈었습니다. 일부러 곤경에 빠트리려 한 건지 뭔지는 몰라도, 히히덕거리며 질문하는 그런 자세는 정말 아닌 듯합니다. _예비디자이너 아보카도매니아
여차저차 경험이나 관련 지식 등을 모아 지원했는데 면접 일정에 대해 메일을 주고받다가 담당자가 공고를 내리고 연락을 끊어 버리거나, 지원 서류를 읽지도 않는 등 속상한 일이 많았어요. _예비편집자 글리체리아
얼굴 평가도 받았고요. 개인 SNS 계정을 면접 자리에서 물어 확인하고 실망하는 모습도 봤습니다. 좋은 기억은 없습니다. _예비마케터 도비
예비출판인의 사소한 부탁
도대체 왜 모집을 해 놓고 회신을 안 주나요? 그게 그렇게 어려운 게 아닐 텐데요. 아예 대놓고 어디는 양해를 바란다, 다 회신해 줄 수 없다, 얘기하는 곳도 있더라고요. _예비출판인 F
서류, 면접, 어느 단계에서든 채용에 탈락했을 시 통보 메일을 받고 싶습니다. ‘복붙’이라도 상관없습니다. _예비편집자 구월
면접을 보시는 모든 출판 관계자분들, 그 지원자가 일상으로 돌아가면 귀사의 소중한 독자라는 점을 좀 기억해 주세요. _예비디자이너 아보카도매니아
출판사 지원하는 주변 사람 어디 없나요
커뮤니티 같은 게 다음에도 이어질 수 있고 같이 정보를 나눌 수 있다면 좋겠다고 생각해요. 혼자서 준비하는 것보다는 훨씬 나을 거 같아요. 저도 이번에 ○○출판사에 지원했다가 서류부터 탈락하긴 했는데. 너무 막막해요. (…) 근데 이런 불만이라도 같이 쏟아 낼 수 있는 사람이 있으면 좋겠다는 생각이 들더라고요. 그냥 이렇게 웃으면서요. 같이 준비하고 지원하면 좋겠다는 생각이 들어요. _예비출판인 C