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라진 10년 × 오지 10년

송산호·정지민

교정 완료
  • 번역: 정지민
  • 편집: 송산호
사라진 10년

F. 스콧 피츠제럴드

온갖 종류의 사람이 신문사 건물에 드나들었는데, 그들이 오리슨 브라운에게 가진 용무도 제각각이었다. 사무실 바깥에 있을 때 오리슨은 ‘널리고 널린 편집자’ 가운데 한 명이었고, 사무실에서는 1년 전 다트머스 대학에서 《잭오랜턴(Jack-O-Lantern)》1다트머스 대학의 유머 잡지.을 편집한 경력이 있는, 이제 파본 수정이나 접수계 업무 같은 허드렛일을 도맡아 하는 곱슬머리 신입이었다.

편집실로 들어가는 한 방문객이 그의 눈에 들어왔다. 그 인물은 큰 키에 창백한 안색을 한, 인상적인 금발의 40대 남자였다. 그의 태도는 수줍은 것 같기도, 머뭇거리는 것 같기도 했고, 수도사처럼 초연해 보이기도 했다. 그의 이름표에 적힌 루이스 트림블이라는 이름을 보고 무언가 희미한 기억이 떠올랐지만 이거다 싶은 것은 없어 일부러 골치를 썩이지는 않기로 했다. 그 순간 오리슨의 책상 위에 놓인 버저가 울렸다. 여태까지의 경험으로 보아서는, 트림블 씨가 오늘의 첫 번째 점심 상대가 될 것이 틀림없었다.

“트림블 씨, 여기는 오리슨입니다.” 모든 점심 만찬의 값을 대는 이가 소개를 시켜 주었다.

“오리슨, 여기 트림블 씨는 오랫동안 나가 계셨거든. 어쨌든 오래였다고 느끼신다는 데, 거의 12년이야. 뭐, 여기서 지난 10년간 볼 만한 게 없었으니 나가 계셨던 게 행운일지도 모르지.”

“그렇습니까.” 오리슨이 대답했다.

“오늘은 내가 점심시간에 여유가 없으니, ‘보아장21913년부터 1962년까지 뉴욕 파크 애비뉴에서 운영했던 프랑스 음식점. 정통 프랑스 요리를 우아하게 내놓는 것으로 유명했다.’이나 ‘2131922년부터 뉴욕에서 운영되고 있는 미국 음식점. 1920~1930년대 금주법 시대에는 주류 밀매점이었다.’같이 괜찮은 데 모시고 갔다 와. 그동안 못 보신 것도 보여드리고.” 편집장이 말했다.

그 말에 트림블 씨는 점잖은 태도로 이의를 제기했다.

“혼자 다닐 수 있습니다.”

“압니다, 선생님. 선생님이 동네 꽉 잡고 있었던 거 모르는 사람도 있나요? 오리슨이 말 없는 마차4자동차를 말한다.가 뭔지 설명하려고 들면 저한테 돌려보내세요. 그리고 4시까지 혼자 즐기다 돌아오시면 되죠. 안 그렇습니까?”

오리슨은 모자를 챙겼다.

10년이나 나가 계셨다구요?” 함께 승강기를 타고 내려가며 오리슨이 물었다.

“그러니까 엠파이어 스테이트 빌딩이 착공되던 해였는데, 그게 몇 년이었지?”

“1928년쯤입니다. 하지만 편집장님 말대로 여기 안 계셨던 건 행운입니다.” 오리슨은 떠보는 질문을 던졌다. “훨씬 대단한 걸 경험하셨겠죠?”

“별로 그렇지 않네.”

이윽고 거리로 나오자 도로의 요란스러운 소음에 트림블 씨의 표정이 굳어졌다. 오리슨은 한번 더 수수께끼에 도전했다.

“오지에라도 계셨던 건가요?”

“틀린 말은 아니네.” 신중한 대답이 돌아오자, 오리슨은 트림블 씨 자신이 원하지 않는 한 과거 일을 쉽게 말해 주지 않으리라 확신했다. 한편 이 사람이 혹시 1930년대 내내 감옥이나 정신 병원에 갇혀 있었던 게 아닌가 하는 의구심도 들었다.

“여기가 바로 그 ‘21’입니다.” 오리슨이 말했다. “아니면 식사하고 싶으신 다른 식당이 있으신가요?”

트림블 씨는 갈색 사암으로 벽을 올린 건물을 잠시 동안 올려다 보았다.

“‘21’이라는 이름이 유명세를 탔을 때가 기억이 나는데, ‘모리아리티’가 떴을 때와 같은 해였지 아마.” 트림블 씨는 미안해하며 덧붙였다. “5번가까지 한 5분만 걸어갔다가 그 근처의 마음에 드는 곳에서 먹으면 어떤가? 젊은 친구들 구경도 할 수 있는 곳이면 좋겠는데.”

오리슨은 트림블을 슬쩍 보면서 다시 한번 감옥의 창살과 회벽을 떠올렸다. 점심 업무에 아가씨를 소개시켜주는 것도 포함되어 있을까. 하지만 트림블 씨는 그런 생각을 하고 있는 것처럼 보이지는 않았다. 그의 표정에는 리처드 버드 제독의 남극 탐사대나 브라질 정글에서 실종된 조종사들 같은 순수하고 깊은 호기심이 드러나 있었다. 그는, 적어도 한때는 대단한 인물이었을 것이다. 그것만은 확실해 보였다. 하지만 트림블 씨의 과거에 대한 단서가 될 만한 것은 그가 시골 사람처럼 교통 신호를 잘 지킨다는 것과 차도에서 멀찌감치 떨어진 쪽의 보도로 걷기를 선호한다는 것 밖에 없었는데, 둘 다 그의 정체를 추측하는 데 도움이 되지 않았다. 걸어가던 그가 남성복 가게 앞에서 멈춰 서서 창 안을 들여다봤다.

“크레이프 넥타이라니, 대학교 졸업하고서 처음 보네.” 트림블 씨가 말했다.

“어디를 나오셨습니까?”

“메사추세츠 공대 나왔네.”

“훌륭한 학교를 나오셨네요.”

“다음 주에 한 번 들르려고 하네. 이 근처에서 먹겠나?” 그들은 50번가 근방에 있었다. “자네가 골라 봐.”

코너를 돌자 작은 차양을 친 괜찮은 가게가 나타났다.

“뭐가 제일 보고 싶으세요?” 자리에 앉으며 오리슨이 물었다.

트림블 씨는 잠시 생각에 빠졌다.

“음, 사람들이 앉아 있는 뒤통수를 보고 싶네.” 그가 말을 꺼냈다. “목이 머리와 몸을 연결하고 있는 뒷모습을. 여자 아이 두 명이 아빠에게 하는 이야기도 듣고 싶네. 내용을 듣고 싶은 게 아니라 단어들이 공기 중으로 떠오르는지 가라앉는지, 말이 끝났을 때 아이들의 입이 어떤 모양으로 닫히는지 궁금하다네. 리듬을 말하는 거야. 콜 포터가 1928년에 미국으로 돌아온 것도 여기에 새로운 리듬이 나타났다고 느꼈기 때문이었지.”

오리슨은 드디어 실마리를 찾았다고 생각했지만, 뛰어난 섬세함을 발휘해 무리하게 추리를 진전시키지는 않았다. 오리슨은 오늘 밤 카네기 홀에서 괜찮은 콘서트가 있다는 말까지 삼켜버렸다.

트림블이 말을 이었다. “여기 스푼은 아주 가볍지. 손잡이가 달린 우묵한 그릇도 있고. 저 웨이터의 눈빛 좀 보게. 저 친구 전에 알던 사이였는데, 이젠 날 기억 못하겠지.”

하지만 그들이 레스토랑을 떠날 때 그 웨이터는 트림블 씨를 거의 알아본 것 같은 알쏭달쏭한 표정을 지었다. 건물을 나서자, 오리슨이 웃음을 터뜨렸다.

“10년이나 지나면 잊기 마련이죠.”

“오, 지난 5월에도 저기서 저녁 먹었는데―” 트림블 씨가 갑작스럽게 말을 멈췄다.

다 허세였구나. 오리슨은 결론을 내렸다. 오리슨은 태도를 바꿔 가이드처럼 행동하기 시작했다.

“여기선 록펠러 타워가 훤히 잘 보이죠.” 오리슨은 힘차게 손가락으로 가리키며 말했다. “새 건물들이 생기기 훨씬 전에 지어진 크라이슬러 빌딩, 아미스테드 빌딩도 보이시나요?”

어딘지 유순해진 태도로 트림블 씨가 목을 길게 빼고 건물을 바라보았다. “아미스테드 빌딩, 저거 내가 설계한 건물이라네.”

오리슨은 동의라도 하듯 고개를 끄덕였다. 오리슨은 온갖 종류의 사람들과 교제하는 것에 익숙해져 있었다. ‘지난 5월에만 해도 저 식당에서 저녁을 먹었다’라고…….

트림블 씨는 아미스테드 빌딩 주춧돌 앞에 멈췄다. “1928년 건립.” 주춧돌 위 수평 기둥부에 적혀 있었다.

트림블 씨는 고개를 끄덕였다.

“그런데 그해 내가 술독에 빠져서 말이네. 완전히 맛이 갔지. 그러니까 직접 보는 건 오늘이 처음이네.”

“아, 네.” 오리슨이 머뭇거렸다. “들어가 보시겠습니까?”

“들어가 봤네. 여러 번 들어가 봤지. 단지 본 적이 없다는 거라네. 이제는 별로 보고 싶은 것도 아니고, 다시는 볼 수도 없겠지. 지금 보고 싶은 건 사람들이 어떻게 걸어 다니는지, 그 사람들 옷가지와 신발, 모자가 뭘로 만들어졌는지라네. 사람들의 눈이나 손도 보고 싶어. 자, 나랑 악수 한 번 하겠나?”

“물론입니다, 선생님.”

“고맙네, 고마워. 자네는 참 친절하네. 좀 이상해 보일지도 모르겠는데, 아마 남들 보기엔 작별하려는 것처럼 보이겠지. 난 이제 이 동네 좀 돌아다닐 참이니, 어쨌든 작별을 하는 거긴 하지. 사무실에 가면 4시까지 간다고 말해 주게나.”

오리슨은 뒤에서 트림블 씨가 발걸음을 옮기는 모습을 바라보았다. 오리슨은 그가 술집으로 직행할지도 모른다고 생각했지만, 그는 술을 마시자고 하지도 않았고 지금도 그런 제안을 할 기색이 전혀 없었다.

“허, 10년 동안 취했다고.” 오리슨이 혼잣말했다.

오리슨은 갑자기 입고 있는 코트의 감촉을 느꼈다. 그는 엄지손가락을 뻗어 옆에 있는 화강암 건물의 벽을 깊이 눌렀다.

《에스콰이어(Esquire)》, 1939년 12월

오지 10년

온갖 종류의 사람이 신문사 건물에 드나들었는데, 그들이 오리슨 브라운에게 가진 용무도 제각각이었다. 근무시간이 아닐 때 브라운은 “하고 많은 편집자”가운데 한 명이었고, 근무시간에는 1년 전에 Dartmouth Jack-O-Lantern 을 편집했었지만 이제 파본 수정이나 접수계 업무 같은 허드렛일을 도맡아 하는 곱슬머리 신입이었다.

그의 눈에 편집실로 들어가는 한 방문객이 들어왔다. 그 인물은 큰 키에 창백한 안색, 인상적인 금발을 가진 40대 남자였다. 눈에 들어온 그의 태도는 수줍은 것 같기도, 머뭇거리는 것 같기도 했고, 수도사처럼 초연해보이기도 했다. 그의 이름표에 걸린 루이스 트림블이라는 이름을 보고 무언가 희미한 기억을 떠올렸지만, 이거다 싶은 게 없다보니 브라운은 일부러 골치를 썩이지는 않기로 했다. 그 순간 브라운의 책상 위에 놓인 버저가 소리를 냈다. 과거의 경험으로 보아서는, 트림블씨가 첫 번째 점심 코스가 될 것이 틀림없는 것이다.

“트림블씨, 안녕하셨어요. 오리슨,”점심값의 주인이 목소리를 냈다.

“오리슨, 여기 트림블씨는 오랫동안 멀리 계셨거든. 말하자면 그렇다는 이야긴데, 어쨌든 거의 12년이야. 뭐, 여기서 지난 10년간 볼 만한 건 없었지만.”

“그렇습니까,” 브라운이 대답했다.

“오늘은 점심 시간에 여유가 없는데,”편집장이 말을 이었다. “‘Voision’이나 21’같이 괜찮은 데 모시고 갔다 와. 그동안 못 보신 것도 보여드리고.”

그 말에 트림블씨는 점잖은 태도로 이의를 제기했다.

“혼자 다닐 수 있어요.”

“알아요, 선생님. 선생님이 동네 꽉 잡고 있었던 거. 모르는 사람도 있어요? 오리슨이 ‘말 없는 마차’에 대해 설명하려고 들면 저한테 보내세요. 그리고 4시까지 갔다오시면 되죠. 안 그래요?”

브라운은 모자를 챙겼다.

10년이나 멀리 계셨다구요?”함께 승강기를 타고 내려가며 브라운이 물었다.

“그러니까 엠파이어 스테이트 빌딩이 착공되던 해였는데, 그게 몇 년이었지?”

1928년쯤이네요. 그런데 여기서 볼 만한 게 없었다는 말은,”브라운은 미끼 질문을 던졌다.

“훨씬 대단한 걸 경험하신 모양이네요.”

“별로 그렇지 않아요.”

이윽고 거리로 나서자 도로의 소란스러운 소리가 들려왔다. 소음에 굳어지는 트림블의 표정을 보고는, 브라운이 한 번 더 수수께끼에 도전했다.

“오지에 계셨어요?”

“틀린 말은 아니구만.”신중하게 고른 대답이 돌아오자, 브라운은 그가 스스로 원하지 않는 한 과거를 쉽게 알려주지 않을 것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한편 이 사람이 30년대 내내 감옥이나 정신병원에 갇혀있었던 게 아닌가 하는 생각도 슬그머니 들었다.

“여기가 바로 그 21’입니다.”브라운이 말했다. “아니면 원하는 다른 식당이라도 있으세요?”

트림블은 갈색 사암으로 벽을 올린 건물을 잠시 묵묵히 올려다보았다.

“21’이라는 이름이 유명세를 탔을 때가 기억이 나는데,”그가 입을 열었다. “‘모리아리티’가 떴을 때와 같은 해였지 아마.”그러고나서 그는 거의 변명하는 것처럼 덧붙였다. “5번가까지 한 5분만 걸어갔다가 그 근처에서 먹으면 어때요. 젊은 친구들 구경이나 하면서.”

브라운은 트림블을 슬쩍 보면서 다시 한 번 감옥의 창살이나 회벽을 상상했다. 점심 업무에 아가씨를 소개시켜주는 것도 포함되어 있을까. 하지만 트림블씨의 표정에는 순수하고 깊은 호기심만이 드러나 있었다. 순간 브라운의 머리 속에 리처드 버드 제독의 남극 탐사대나 브라질 정글에서 실종된 조종사들이 떠올랐다. 그는, 최소한 한 때는 대단한 양반이었을 것이다. 그것만은 확실해보였다. 하지만 트림블의 과거에 대한 단서가 될 만한 것은 그 양반이 교통신호를 잘 지킨다는 것과 도로에서 먼 편의 보도로 걷기를 선호한다는 것 밖에 없었는데, 둘다 그다지 추측에 도움이 되지는 않았다. 걸어가던 그가, 남성복 가게 앞에서 갑자기 멈춰섰다.

“크레이프 타이라니,”그가 입을 열었다. “대학교 졸업하고서 처음 보네.”

“어디 다니셨는데요?”

“메사추세츠 공대요.”

“좋은 데 나오셨네요.”

“다음 주에 한 번 들르려구요. 이 근처에서 먹을까요.” 그들은 50번가 근방에 있었다. “골라보세요.”

코너를 돌자, 작은 차양을 친 괜찮은 가게가 나타났다.

“뭐가 제일 보고 싶으세요?”자리에 앉으며 브라운이 물었다.

트림블은 잠시 생각에 빠졌다.

“음, 뒤통수 어때요,”그가 말을 꺼냈다. “목이 머리와 목을 연결시키고 있는 모습도 괜찮을 것 같고. 여기 여자아이 두 명이 아빠에게 하는 이야기도 듣고 싶네요. 사실 내용이 듣고 싶다기보다는 단어들이 떠오르는지 가라앉는지, 말이 끝났을 때 입이 어떤 모양으로 닫히는지 알고 싶어요. 이건 단지 리듬의 문제일 뿐이에요. 콜 포터가 1928년에 돌아온 건 새로운 리듬이 나타나서죠.”

브라운은 드디어 실마리를 찾았다고 생각했지만, 무리하게 이야기를 진전시키지는 않았다. 그는 카네기 홀에서 오늘밤 괜찮은 콘서트가 있다는 말을 삼키느라 애를 썼다.

“스푼의 무게는,” 트림블이 말을 이었다, “가볍고. 손잡이가 달린 주발도 있고. 저 웨이터의 눈 색깔이라. 저 친구 전에 알았었는데, 이젠 기억 못하겠죠.”

하지만 그들이 레스토랑을 떠나는 걸 보는 웨이터의 표정은 뭔가 떠올리는 듯 했다. 건물을 나서자, 브라운이 웃음을 터뜨렸다.

10년이나 지나면 잊기 마련이죠.”

“어, 지난 5월에만 해도 저기서 저녁 먹었었는데–”그가 갑작스럽게 말을 멈췄다.


괴상하다고 브라운이 느낀 순간, 트림블은 마치 가이드라도 된 것처럼 행동하기 시작했다.

“여기선 록펠러 타워가 훤히 잘 보이죠,”힘차게 손가락으로 가리키며 말했다. “– 그리고 새 건물들 훨씬 전에 지어진 크라이슬러 빌딩하고 아미스테드 빌딩도 보이나요,”

“아미스테드 빌딩,” 어딘지 유순해진 태도로 트림블이 건물을 물끄러미 바라보았다. “거 내가 설계한 거에요.”

브라운은 동의라도 하듯 고개를 끄덕였다. 온갖 종류의 사람들과 교제하는 것에 익숙해져 있는 것은 사실이지만, 지난 5월에만 해도 저녁을 먹었었다라…

트림블은 잠시 아미스테드 빌딩 주춧돌의 놋쇠로 된 엔타블러처 앞에 멈춰섰다. 1928년 건립”이라고 적혀 있었다.

트림블은 고개를 끄덕였다.

“그런데 그 해 내가 술독에 빠져서 말이죠. 완전히 맛이 갔죠. 그러니까 직접 보는 건 오늘이 처음이네.”

“아.”브라운이 머뭇거리며 말을 이었다. “들어가 보실래요?”

“들어가봤어요. 여러번 들어가봤지. 단지 본 적이 없다는거에요. 이제는 별로 보고 싶은 것도 아니고, 다시는 볼 수도 없겠죠. 지금 보고 싶은 건 사람들이 어떻게 걸어다니는지, 그 사람들 옷가지나 신발, 모자가 뭘로 만들어졌는지에요. 눈이나 손도 말이지요. 이쯤해서 악수 한 번 해도 될까요?”

“물론이죠 선생님.”

“고마워요, 고마워. 참 친절하시네요. 남들 보기 이상해보일지도 모르겠는데, 아마 작별하려는 것처럼 보이겠죠. 그래도 난 이제 이 동네 좀 잠깐 돌아다닐 참이니, 어쨌든 작별을 하긴 하네요. 사무실에 가면 4시까지 간다고 말해줘요.”

트림블이 발걸음을 옮기는 것을 브라운이 뒤에서 바라보았다. 브라운은 그가 술집으로 직행할지도 모른다고 생각했지만, 그런 기색은 전혀 없었다.

“허,” 브라운이 뱉었다. 10년 동안 취했다고.”

갑자기 코트의 질감이 느껴진 브라운이, 옆에 서 있는 빌딩의 화강암 벽면을 엄지손가락으로 눌렀다.

  • 1
    다트머스 대학의 유머 잡지.
  • 2
    1913년부터 1962년까지 뉴욕 파크 애비뉴에서 운영했던 프랑스 음식점. 정통 프랑스 요리를 우아하게 내놓는 것으로 유명했다.
  • 3
    1922년부터 뉴욕에서 운영되고 있는 미국 음식점. 1920~1930년대 금주법 시대에는 주류 밀매점이었다.
  • 4
    자동차를 말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