출판인 노동조합을 소개합니다

정윤

출판인 노동조합을 소개합니다

출판계에 큰 영향을 주는 정책 등을 둘러싼 여러 논의에서 자주 등장하는 이름이 있습니다. 바로 ‘대한출판문화협회’와 ‘한국출판인회의’입니다. 두 조직은 명실상부하게 출판계를 대변하는 목소리로 자리하고 있습니다.

하지만 이 양대 단체는 출판인 전체를 대변할 수 없습니다. 출판사 대표가 모인 사용자단체이기 때문입니다. 그 바깥에 선 출판노동자도 출판계를 구성하는 주체입니다. 이들의 목소리는 어떻게 들을 수 있을까요?

노동조합은 노동자의 이야기를 들을 수 있는 핵심 통로입니다. 노동 현장의 생생한 사실을 알리고, 출판노동자의 권리를 지키는 조직입니다. 나아가 노동자의 눈으로 출판계의 미래를 고민하고 담론을 제시하는 발판입니다.

2020년 현재 사내에 노동조합이 있는 출판사는 창비, 사계절, 돌베개, 한겨레출판, 보리, 고래가그랬어입니다. 여기에 더하여 언론노조 서울경기지역출판지부(이하 언론노조 출판지부)가 특정 사업장 관계없이 출판계 전체 노동자를 위해 활동하고 있습니다.1다음 네 사항 중 한 가지에 해당한다면 언론노조 출판지부에 가입할 수 있습니다. ① 사업장에 고용된 출판노동자, ② 외주를 받아 출판노동을 하는 출판노동자, ③ 서점, 총판 등 출판유통 사업장에 고용된 노동자, ④ 사업자 등록을 냈지만 직원을 고용하거나 외주노동자를 사용하지 않고 출판노동을 하는 출판노동자. 7개 단체는 함께 출판노조협의회를 조직, 운영합니다. 이 연대체를 통해 생각을 나누고 힘을 모읍니다.

이 중에서 특별히 언론노조 출판지부를 소개합니다. 사내 노조와는 달리, 출판노동자라면 외주노동자를 포함해 누구나 참여할 수 있는 언론노조 출판지부의 역할은 분명 남다릅니다. 그래서 언론노조 출판지부와 서면으로 이야기를 나누고, 역사, 과제, 활동과 목표 등을 정리해 보았습니다.

이루어 온 것

2012년 9월 출범 이후, 언론노조 출판지부는 노동자 권익을 지키기 위해 다양한 방면에서 애써 왔습니다. 2013년에는 그린비출판사의 부당징계에 맞섰고, 2014년에는 도서출판 가람의 부당해고, 쌤앤파커스의 성폭력 사건 등에 목소리를 높였습니다. 이어서 자음과모음의 부당전보(2015년 4월), 소란출판사의 임금체불(2016년 1월), 디자인소호의 부당해고(2017년 1월), 더난출판사의 부당해고 및 보복성 손해보상소송(2017년 11월) 등 출판계의 끊이지는 노동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앞장섰습니다.

꼭 임금체불이나 부당해고 같은 특정 노동문제가 아니더라도, 언론노조 출판지부가 목소리를 내야 할 때가 있습니다. 언론노조 출판지부는 2013년에 파주출판단지 통근버스 운행을 위해 서명운동을 벌였습니다. 2015년 5월에는 「2015 출판노동 실태조사 보고서」를 내며 노동현장의 실태를 알렸습니다. 2016년에는 외주출판노동자 간담회를 진행하기도 했습니다. 2018년, 출판계 미투운동이 일어났을 때에 논평을 내고, 최근 이상문학상 사태에도 출판노조협의회와 함께 성명을 발표했습니다.2특히 이상문학상 사태 당시 낸 성명서는 언론노조 출판지부 및 출판계 노조들이 출판계에 던지는 문제의식을 잘 보여줍니다. 자세한 내용은 전국언론노동조합 홈페이지(http://media.nodong.org/bbs/list.html?idxno=121664&table=bbs_20, 2020년 7월 접속)를 참고. 이처럼 바람직한 노동환경을 위해 관심을 환기하고, 중요한 이슈가 떠오를 때 목소리를 내는 것 또한 언론노조 출판지부의 중요한 역할입니다.

이에 더하여 언론노조 출판지부는 조합원을 대상으로 다양한 활동을 해 왔습니다. 매년 노동법 또는 성평등 교육을 실시하고, 페미니즘이나 직무와 관련된 강연을 엽니다. 조합원이 회사로부터 부당한 대우를 당했을 때에는 노무상담을 지원합니다. 때로는 노동 이슈와 관련한 집회에 참석하는 등 다른 단체 및 노조와 연대하기도 합니다. 그 외에도 조합원 간 친목 및 교류를 위한 다양한 활동을 진행, 지원합니다.

극복할 과제

2020년 5월 기준으로 언론노조 출판지부 가입자는 137명입니다. 조합원 100명을 달성한 이후로 가입률 변화는 미미하다고 합니다. 통계청에 따르면 2018년 출판산업 종사자는 약 15만 명입니다. 따로 노동조합을 꾸린 인쇄업(전국언론노조 서울경인지역인쇄지부 등)이나 대형서점 노동자를 제외해도 약 9만 명에 이릅니다. 단순히 계산해 보면 가입률이 0.2%가 안 됩니다. 우리나라 노조 가입률이 11.8%에 이른다는 사실3“노조 가입률 15년 만에 11%대로… 조합원 수 민주노총 최다”, 「KBS NEWS」, 2019년 12월 25일.에 비춰 보면 이는 매우 낮은 수치입니다.

그 이유로, 언론노조 출판지부는 출판계에 장기근속이 적다는 점을 꼽습니다. 출판계에는 4~5인 규모의 작은 사업체가 매우 많습니다. 회사가 영세하다 보니 그렇잖아도 근로조건 개선을 요구하기 쉽지 않습니다. 작은 만큼 경력을 오래 쌓기도 힘듭니다. 결국 출판노동자는 자주 이직을 하거나 출판계를 아주 떠나는 일이 많습니다. 이렇게 오가는 인원이 많은 만큼, 꾸준히 연대해 힘을 모으기 어려운 것입니다.

한편 파편화한 출판계 구조를 중요한 원인으로 지적하는 이들도 있습니다.4“왜? 출판사 3만5천 곳, 노조는 달랑 5곳”, 「한겨레」, 2012년 2월 14일. 소규모 회사가 많은 것은 물론, 비교적 큰 출판사도 임프린트, 사실상 자회사를 운용합니다. 이러한 체계는 노동자와 노동자 사이에 칸막이를 치는 것과 같습니다. 노동자 집단은 작은 사업장으로 쪼개져 연대의식을 쌓기 어렵습니다. 꾸준히 소통할 채널도 마땅치 않고, 이슈마다 관심이 흩어지기 마련입니다.

더욱이 출판계에는 외주노동자가 많습니다. 많은 출판사가 다종생산, 즉 과다공급으로 수익을 내는 상황이기에 프리랜서는 출판노동계의 중요한 축입니다.5더 상세한 내용은 외주출판노동자 실태조사 사업단, 「외주출판노동자 노동실태 연구보고서」(2013)를 참고. 애초에 규모가 작은 사업체가 외주를 전혀 주지 않고 책을 만들기는 힘듭니다. 그런데 외주노동자는 한편 개별사업자이기도 하므로 일반적으로 다른 노동자와 연대하기 더 어렵습니다(그럼에도 불구하고 언론노조 출판지부에는 함께하는 외주노동자 조합원들이 있습니다).

이렇듯 여러 요인으로 인해 출판계 노동조합 가입률은 매우 낮습니다. 저조한 참여는 언론노조 출판지부의 활동을 제한하는 가장 큰 도전입니다.

달성할 목표

언론노조 출판지부의 최대 과제는 바로 조합원 확대입니다. 앞서 짚어 본 어려움에도 불구하고, 규모 확보와 조직화는 효과적 활동을 위해 꼭 필요합니다. 사내 노조가 아닌 만큼, 적극적으로 구조를 바꿀 수 있는 영향력을 갖기 위해서는 한국출판인회의 등 사용자단체와 산업별 단체교섭을 할 힘을 갖춰야 하기 때문입니다. 따라서 언론노조 출판지부는 향후 몇 년간 조합원 확대 유치를 최우선 목표로 삼고 폭넓은 공감을 이끌어 내기 위해 노력하겠다고 이야기합니다.

그 예로 외주출판노동자와 함께하기 위한 움직임을 들 수 있습니다. 외주출판노동자들은 ‘한국외주출판인회의’라는 단체를 세우고 네이버 카페를 통해 활발히 활동합니다.6https://cafe.naver.com/bookworker.cafe(2020년 7월 접속) 언론노조 출판지부는 이들과 교류하기 위해 지부 차원에서 카페 활동을 시작했습니다.

더 시급한 문제도 있습니다. 언론노조 출판지부는 통근버스 문제 해결을 위해 애쓰고 있습니다. 파주출판단지는 서울과 출판단지를 잇는 통근버스를 운영해 왔습니다. 그런데 이를 지원하던 국비지원 사업이 2021년에 마감됩니다. 그 이후로 통근버스를 어떻게 운영할지, 운영을 할 수 있을지 불투명합니다. 출판단지와 서울 사이를 오가는 대중교통이 충분하지 않은 만큼, 내년에 출퇴근을 어떻게 할지 불안한 이들이 많을 수밖에 없습니다.

언론노조 출판지부는 파주시의회 안소희 전 의원(진보당)과 함께 출판도시입주기업협의회 및 파주시에 대책마련을 촉구해 왔습니다. 지부는 안소희 전 의원을 통해 파주지역대표자협의회에 참여하게 되었으며, 2020년 파주시 노정교섭에서 통근버스 문제를 풀어 나갈 계획입니다.

이러한 소명을 위해 땀 흘리며, 언론노조 출판지부가 출판노동자들에게 당부하는 바가 있습니다. 업계를 곧 떠날 생각을 하더라도, 있는 동안은 노조와 함께해 달라는 것입니다. 근로여건을 개선하고 출판노동계에 만연한 자조적 분위기를 걷어 내려면 활발한 노조 활동이 필요하기 때문입니다. 그래서 언론노조 출판지부는 노조 활동을 더 널리 알리고 출판노동자가 더 많이 참여할 수 있도록 오늘도 고심하며 애쓰고 있습니다.

  • 1
    다음 네 사항 중 한 가지에 해당한다면 언론노조 출판지부에 가입할 수 있습니다. ① 사업장에 고용된 출판노동자, ② 외주를 받아 출판노동을 하는 출판노동자, ③ 서점, 총판 등 출판유통 사업장에 고용된 노동자, ④ 사업자 등록을 냈지만 직원을 고용하거나 외주노동자를 사용하지 않고 출판노동을 하는 출판노동자.
  • 2
    특히 이상문학상 사태 당시 낸 성명서는 언론노조 출판지부 및 출판계 노조들이 출판계에 던지는 문제의식을 잘 보여줍니다. 자세한 내용은 전국언론노동조합 홈페이지(http://media.nodong.org/bbs/list.html?idxno=121664&table=bbs_20, 2020년 7월 접속)를 참고.
  • 3
    “노조 가입률 15년 만에 11%대로… 조합원 수 민주노총 최다”, 「KBS NEWS」, 2019년 12월 25일.
  • 4
    “왜? 출판사 3만5천 곳, 노조는 달랑 5곳”, 「한겨레」, 2012년 2월 14일.
  • 5
    더 상세한 내용은 외주출판노동자 실태조사 사업단, 「외주출판노동자 노동실태 연구보고서」(2013)를 참고.
  • 6